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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2016-2020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깔끔 단정한 문장이다. (어떤 문장은 글의 주제와 무관하게 보아도, 문장만으로 내 마음에 쏙 든다. ) 그야말로 남녀노소 누가 읽어도 작가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을 듯 싶다. 번역가 김명남님을 팔로우 하는 덕분으로 작가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를 들었는데 - 특히 패션과 관련된 부분 멋져요- 그래서인지 글이 더 편하게 읽힌 듯 싶고.

아이를 바라보고 있으면, 미래에 대한 나의 태도가 '아님 말고' 식 일 수가 없다. 그 중 '차별 없는 세상'은 너무나 절실하고 그래서 포기할 수 없는 꿈이다.

남녀차별이 아닌 (그녀의 표현대로) 젠더를 벗어난 '평등'이 지금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헉 소리나는 사건들 대부분에 대한 답을 주지 않을까. 좀 더 많은 사람의 삶이 평온해지지 않을까.


아이는 물론, 나님의 삶을 위해 우리는 조금 더 잘해야 한다. 갑자기 찾아 온 순간, 혹은 익숙한 순간에도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워야겠다.


밑줄 그은 문장들 중 일부를 적어본다.




p.16
우리가 어떤 일을 거듭 반복하면, 결국 그 일이 정상이 됩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거듭 목격하면, 결국 그 일이 정상이 됩니다. 만일 남자들만 계속해서 회사의 사장이 되는 것을 목격하면, 차츰 우리는 남자만 사장이 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여기게 됩니다.

p. 18
가끔 나는 내게 당연한 것은 남에게도 당연하다고 여기는 실수를 저지릅니다.


p. 21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전혀 다릅니다. 오늘날 지도자가 되기에 알맞은 사람은 육체적으로 더 강한 사람이 아닙니다. 더 지적이고, 더 많이 알고, 더 창의적이고, 더 혁신적인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런 자질들을 좌우하는 호르몬은 없습니다. 남자 못지않게 여자도 지적일 수 있고 혁신적일 수 있고, 창의적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진화했습니다. 그러나 젠더에 대한 우리의 생각들은 아직 충분히 진화하지 못했습니다.


p. 23
이것은 그저 사소한 일이지만, 때로는 사소한 일이 가장 아픈 법입니다.


p. 28
지금보다 좀더 공정해진 세상을, 스스로에게 좀더 진실함으로써 좀더 행복해진 남자들과 좀더 행복해진 여자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우리 딸들은 지금과는 다르게 키우는 것입니다. 우리 아들들도 지금과는 다르게 키워야 합니다.


p. 37
오늘날 젠더의 문제는 우리가 각자 어떤 사람인지를 깨닫도록 돕는 게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람이어야만 하는지를 규정한다는 점입니다. 상상해보세요 우리가 젠더에 따른 기대의 무게에서 벗어난다면, 우리는 얼마나 더 행복해질까요? 각자의 진정한 자아로 산다면, 얼마나더 자유로울까요?


p. 40
요즘은 할머니가 자라난 시절보다는 여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집니다. 정책과 법률의 변화 덕분입니다. 그런 변화는 아주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태도의 변화, 우리 사고방식의 변화입니다. 만일 우리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젠더가 아니라 '능력'에 초점을 맞춘다면 어떨까요? 젠더가 아니라 '관심사'에 초점을 맞춘다면 어떨까요?


p. 43
가끔 남자들이 좋아하지 않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옷을 입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그 옷을 좋아하고, 그 옷을 입으면 내 기분이 좋아지니까요.


p. 47
젠더와 계급은 다른 문제입니다.


p. 49
문화란 끊임없이 변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문화를 만듭니다. 만일 여자도 온전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정말 우리 문화에 없던 일이라면, 우리는 그것이 우리 문화가 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만들 수 있습니다.


p. 51
오래전 그날 내가 사전을 찾아보았을 때,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페미니스트 : 모든 성별이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평등하다고 믿는 사람.


p. 52
나는 페미니스트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남자든 여자든, 맞아, 오늘날의 젠더에는 문제가 있어. 우리는 그 문제를 바로잡아야 해. 우리는 더 잘 해야해. 하고 말하는 사람이라고요. 여자든 남자든, 우리는 모두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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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읽고 그이가 말했다.
자기 같은 일반적인 시각도 그 자체로 불평등일 수 있다는 걸 알았다고.

'여성혐오류의 사건'이 요즘처럼 이슈가 될 즈음,
아무리 일상에서의 불안에 대해 말해도 그의 생각을 뚫기 어려웠다. 전형적인 한남 아니고, (오히려 남자들은~ 다그래. 하고 말하는 데 치를 떠는...) 우리 가족 안에서는 꽤나 평등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이런 문제는 개인 차원의 접근보다는 사회적 차원이 해결이 필요하다 말했고, 나의 불안 토로가 일반화 되는 걸 좀 억울해하는 것도 같았다.
설득하려 노력하지 않았다. 은연중에 그걸 어쩔 수 없다 생각한 것도 같다.
인간을 대하는 태도에 자극이 된다고 권하긴 했지만, 책의 효과를 기대하진 않았다.

그런데 그이의 그 한마디가 정확하게 내가 설득하고 싶었던 부분이었다. 오....
훌륭한 문장의 힘을 본다.
작가의 믿음과 명확함이 그 힘의 시작이 아닐까.

오히려 길지 않은 글이어서 가볍게 손에 쥘 수 있다는 게 큰 강점인 듯 하다.


글을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말할 수 있는 그이도 한번 더 맘에 들고.


책의 내용도 그렇지만, 글의 힘이 멋짐을 이렇게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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