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와 문장을 있는 그대로 읽었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혹은 수 년전 내게서 일어났던 일인 것만 같다.
이럴 수가 있나. 이렇게 끝인가.
마치 익숙한 배경을 심어둔 헤어나올 수 없는 판타지에 빠진 기분이었다.
번역가의 해설을 읽고나니 (반이나 이해한 걸까 싶지만, 고등학교 문학시간의 의미 찾기 짝대기가 될까봐 흘려 읽은 것도 있지만) 소설 속 작은 물건들과 주인공들의 숨소리 하나 의미 없는 것이 없는 듯 하여, 이것이 내게 진정한 판타지가 되어버렸다.
단편의 매력.
처음이 아닌데.
무라까미 하루끼라는 작가가 애정했기에 공을 들여 레이먼드 카버의 책을 모두 일본어 완역을 했다고 한다. 난 무라까미 하루끼는 잘 모르지만, 그 작가를 사랑하는 임경선 작가를 애정하기에 그의 노력에 덩달아 박수를 친 후였다.
또 한명의 나의 소중한 작가 김연수의 번역이어서 진작에 사두고 아껴두고 있었다.
첫 장을 넘기기까지 부담없고 친근한 작가의 단편들.
짧은 이야기 속에 숨길 수 있는 세계.
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