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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12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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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MBC 느낌표' 에서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라는 코너를 할때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책이란 뭐라고 생각하세요? 라는 질문을 던졌었다.
워낙 그 프로를 재밌게 보기도 했고,
언제 어디서 그들이 나타나 공짜 책을 줄지 몰랐기 때문에
혼자서 살그머니 멘트를 준비해놓고 다녔었는데...
그때 내가 준비해 놓은 멘트는 이렇다.
흠흠!
책이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게 해주는
재미나기까지 한 소통의 길이다..
저 멘트를 준비할 즈음에
내가 완전 빠져 있던 책은 해리포터였고,
내가 하던 일은 초딩들 영어를 가르치는 거였는데...
해리포터 덕분에 한 동안
애들하고 주문을 주고 받으며, 진짜 재밌는 수업을 했었더랬다.
다른 쌤들 눈에 좀 철없게 보이기도 했을테지만 ^^;
이제 시리즈가 완간이 될 만큼 긴 시간이 흐르면서
해리포터는 빠져있기보다는, 읽고 있는 책들 중 하나가 되었고,
가르치는 아이들도 고딩이 되었지만..
여전히 수업시간에 가끔씩 해리포터가 등장하면
졸던 넘들도 침 닦고,
주문에 섞인 단어들은 머릿속에 쏙쏙 기억되고... 그런다
전에도 그렇고, 요즘에도 그렇고...
아이들과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은 참 좋다.
난 어른이지만, 그 아이들과 뭔가 공감하는 기분은
가끔은 스스로를 홀가분하게 해주기도 하니까.
뿐만 아니라...
같은 책을 읽은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건
제 3자의 뒷담화를 주고 받는것 만큼이나 흥미 진진하다
등장 인물 중 누군가를 씹을라치면 가책을 느낄 필요도 없으니,
보다 만만한 수다꺼리는 없지모 .
시간이 지났어도
책이 갖는 참 좋은 점은 남녀노소 세대불문
공감과 공유를 가능하게 하는 힘 이라는 생각이
여전히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타나토노트'를 밤을 지새우며 진짜 재밌게 읽었더랬다.
그런데 ' 아버지들의 아버지' 를 읽고 그 결말에 너무 당황했다.
너무너무...
지금은 그냥 웃고 넘어갈만한데 그땐 나름 충격적이었지.
너무 몰입을 했던게지. ㅋ
암튼 그때의 여파로, 상상력의 절정이라는 '나무'도 시큰둥.
작가가 한국 얘기를 많이 좋아한다해도 시큰둥...
시간이 지나고,
지난 국제도서전에서 신작 홍보를 접했다.
꽤나 오랜만이었지만 역시나 시큰둥...
그런데
베르나르는 내가 참 좋아하는 친구가 제일로 좋아한다는 작가 이다.
'개미' 때 부터라고 하는데...
그의 만화책이 있는지도 이 친구 때문에 알았다.
신작이 나왔기에, 덥석 안겨주기도 했지만..
정작 나는 읽을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뎀. ㅋ
갑자기
그 책책책을 위해 준비했던 나의 그 한 말씀이 떠올랐고,
그래서 독서를 위한, 내용에 대한 관심.. 뭐 이런 이유가 아닌
소통을 위해.
그 친구와 나 사이에 또 하나의 공감과 공유를 위해 책을 들어보았다.
사실
이렇게 시작하는 것도, 기대 이상으로 기분이 괜찮았다.
시간과 책을 읽는 공을 들여서,
그 친구와 함께 갖게 될 그 무언가가 꽤나 든든하게 느껴졌다.
다행히도,
소설은 참 재미있었고
덕분에, 과거 어느 한 시점의 당황스러움에서 시작한 시큰둥.. 에서도
벗어나게 되었다.
내가 변한 탓도, 내가 변한 덕도 있겠지만...
그 친구와 마주 앉아 독서토론회를 열 계획은 없지만,
백배 공감을 나눈 기분이 나혼자 쭉~ 들어주니까... 것만으로도 기분은 좋다.
기회가 생기면,
재밌는 시간을 나누게 될테지..
한국판에만 그렸다는, 그림속 이브에 대해서 뒷담화를 널어놓을테다.. 어쩜 그래..움하하 !
내가 읽은책,
내가 좋아하는 책,
나를 힘들게 한 책...
그런 책을 읽고 있는 누군가를 마주치는 일은
완전 흥미 진진하다.
막, 말걸고 싶어질만큼... (아직 행동한 적은 없지만.. 힛.)
그래서 그런 상황을 놓치지 않기위해서라도
독서의 계절에 더욱 충실해야겠당..
바쁘다는 핑계여~ 나를 떠나다오!!
우연을 가장한 그 만남은, 사실 운명이었던거야~ 막이래. 우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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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얘기로..
소설도 완전 흥미 진진하다.
이런 설정이 처음은 아니라고 하지만,
꼭 진짜 같다는거.. 막 믿어주게 된다는거.
" in the near future" ...
정말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일 것만 같다는거..
나의 상상력이 과부하를 일으킬만큼의 규모인 파피용 호에
나는 탈 수 있었을까?.
뽑혔을까? 의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지원 할 수 있었을까?.. 의 문제다. 끄응..
한국 최초의 우주인은 국가 자산으로 귀속되어 관리 된다는데..
나는 우주에 대한 관심이 너무 없었던것 같다.
수금지화목토천해명. 근데 명왕성은 이제 탈락.
한번도 보지 못한 별똥별.
그리고 나의 별자리 정도?...
관심사를 다양하게 넓혀야지 하는 계몽의 시간도 갖고.
어른이 되려해서 그러는건지
결국 마지막 희망으로, 탈출을 택할 수 밖에 없는
소설 속 현실의 모습을 부정할 수 도, 외면할 수 도 없음에 막막했다.
함 봐라.. 하면서 콕콕 찔리게 만드는 설정들이 너무 리얼했다.
하긴 리얼이니까 리얼하지.
1세대인 그들이 다 알면서 시작하는 그 1000년.
길지도 짧지도.. 읽으면서 무뎌졌다고나 할까.
시간이 흐른다고, 모든게 앞으로만 가는건 아니었다.
최첨단의 우주선에서 수염을 기른채 발광토끼를 사냥해 먹는 모습이라니..
시간을 어찌 보내는가.에서 한 발 물러나
시간을 어찌 채우는가.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된다.
재밌고, 상상을 자극하고
그러면서 이런저런 화두를 던져주고,
현실을 인정하게 만들고마는 소설이다.
재미와 교훈이라...
훌륭한 작가시고나. ^^ ...
추석연휴의 하루만 내어주면,
좋은 시간이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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