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10월 19일 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일러스트 표지와 이 글의 제목,
나이에 비해 깜찍한 작가의 사진,
그리고 제목의 홀로그램 처리에
귀여니'류'의 소설일거라 생각했다.
지나가며 신문 기사 같은데서
어쩌구 저쩌구 하던,
내용은 기억 안나지만 그런게 있더라.. ..라는 식의
기억아닌 흔적의 일편이 머릿속 깊은데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학원 책꽂이에 꼽혀있는걸 보고,
아~ 이거구나 삐리리 통하면서, 냅다 빌려왔다.
왜 그런거 있자나,
뭔지도 모르면서 낯익은 느낌.?!
별 기대없이
복잡한 요즘 내 심정에 바람이나 쐬어주자며
읽어야 하는 책을 살짝 밀어두고
만만하게 느껴진 보라빛 이 소설이
윤희의 까만 목폴라를 사러 동대문으로 나서는 길에
지하철 동반자로 함께 나섰다.
스타벅스니, 서른이라는 숫자니 (주인공은 서른 둘! 그치만 내 눈에는 '둘'은 제쳐두고 '서른'만 보이네.) 특이한 이름의 거주지, 걸쭉한 농담도 할 수 있는 친구들, 위로받고 싶은 감정, 외롭지 않지만 외로움, 그리고 사랑, 사람...
내 주의를 끌기에
시대적절하고 시기적절했다.
공감을 할 수 있었고
재미있게 읽었다.
분명 재미로 읽을 수 있는 소설인데
재미지기만 하지 않았고,
한 장 한 장 팍팍 넘길 수가 없었다.
주인공을 따라가며
"아~ 이런걸 수 있겠다" 하며
비슷한 때의 내 감정이
사실은 그런 속내를 갖고 있었으려나 짐작하면서
나를 돌아보고, 이해하게 된다.
내가 나를 묘사했던 고지식, 보수... 라는 단어는
사실 적절하지 않았던지도 모르겠다.
책임에 대한 소심한 굴레.
불안정을 수용하는 용기 부족+ 겁많음... 뭐 이정도면 되었던 건데..
너무 거창하게 묘사했던건
어휘 실력이 너무 딸렸던 데다가 둔하기까지해서?!ㅋ.
스물이 되면 어른이 된다고
성년이라는 야릇한 단어와
꽃바구니와 첫키스 그리고 향수를 떠올린다.
(요즘애들은 웃겠지만.. )
그 세가지를 떠올릴 수 있는 이들이 읽을 소설이 아닐까?
작가도 그 세대이니까.
'공감'의 힘은 참 크다.
이 책을 구매한 수학 선생님은 남자인데다 나보다 열살이 많으시다.
뭐 쩜..... 이라는 게 책에 대한 선생님의 반응이었다.
나는 너무 재밌었는데..
나의 일상이 하나하나 깨어나는 것 같았다.
가늘고 긴 손가락이
하나하나 톡톡 건드리고 다니는 것 같았다.
사실은 이랬는데..
여기도 좀 봐주지.. 하면서 말이다.
조금 딴 얘기를 하자면,
책이라는 고귀한 창조물에
마케팅이라는 속물적인 단어가 ( 뭐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ㅎ)
어울려서는 안되는 것 처럼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마케팅의 힘으로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베스트셀러가 마치 좋은 책인 양 되버리는 게 옳지 않아~ 라고
생각했으니까 .
근데, 사랑만 움직이는게 아니라
나의 ( 참 근거없었던, 혹은 근거 불충분의 ) 견해들도
움직이게 된다..
그렇게 해서 ( = 영악할 지라도, 마케팅의 힘을 빌려서 )
작가가 하고 싶은 얘기를
'더욱' 공감하고
더욱 "그것답게" 느껴줄 수 있는 사람 손에
그 고귀한 창조물이 놓인다면 .
과정보다는 결과가 낳는 웃음이 크다는 걸
알게 된다.
(특정상황에서
쉽게 어느 한 쪽으로 기울 수 없을 때,
귀가 백짓장 보다 가벼워질때,
나이 먹어서 그렇다는 말을
들은 적도 한 적도 있다.
많은 것을 알아가기 때문이다.
차마, 어느 것을 고를 수 없어서가 아닌게라.
이도 저도 이유가 있음을 이.해.하게 되어버리니까..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가니까..흠흠~ )
마케팅의 동기가 순수하면 좋겠다만,
어쨌든 그건 더이상 속물적 단어로 분류하면 안되겠다.
제 몫이었던게지.
..
많지 않은 나이인데
자꾸 많다고 생각이 드는건
비단, 네일샵의 언니가 나보다 어려서가 아니다.
드라마 주인공들이 주몽 빼고는 나보다 거의 다 어려서도 아니다.
내 마음이
외면하고, 귀찮아하고... 그래서 그런것 같다.
아직도 용기를 낼 수 있는지
내가 내는 용기를 실감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ㅎ
..
엄마의 외출이 김포아줌마와 함께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staff 가 새겨진 옷을 입고 뛰는 순간이 행복한
태오의 젊음이 다행이다
재인의 선택이 다행이다
유진같은 잘 맞는 이가 있어서 다행이다
그가 남자여서, 친구가 그리운지 남자가 그린운지 헛갈릴때
어영부영 찾을 수 있어서 더욱 다행이다
작은 방이 있어서, 가기 싫을때도 있겠지만 그나마 갈 곳이 있다는 게 다행이다
쌩뚱맞지만 김영수의 이름이 김영수 인게 다행이다
결혼이 다가 아니지만 결혼은 모두의 로망이자 과제인게 다행이다
너무나도 일상과 닮은 소설이기에
비극이 아니길 내심 바라고 있었나보다
그저 다행이고 다행이다.
ㅋ 처녀자리의 소심함.
나의 영원한 화두, (이별을 포함하는) 사랑..
그 사랑을 어떻게든 아름답게 보려는
나름, 순수한 마음을 품고 있는건
스무살의 시선을 유지하고 있어서 인가보다.
철은 없지만, 열정은 넘치던
능력은 없지만, 꿈은 부풀기만했던
바로 그때 시작한 내 사랑.
이별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 이별은 아주 작은 추억일 뿐인 지금이다.
그 사랑은, 아직도 나를 지켜주고 있다.
덕분에 어른이 되고 있지 못한 듯 싶지만,
여전히 수없이 싸우고 불안해하고 맘상해 하지만,
책장을 덮으며
내 인생의 삼분의 일이 되어 가는 시간을
그 사랑으로 채워준 그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나에게도
서로를 너무 잘 알기에 고맙고 위.험.한 친구들이있다.
혹여나
물어뜯고 싸울지라도
(그럴 일이 없을 것 같은 너희들이지만
이제는 그래도 받아줄 수 있는. 받아줄 것 같은.. ㅋ)
결국 찾게 되는 그런 존재이다.
결국 찾을 수 밖에 없는 존재이다.
우정은 사랑과 다른 줄을 탄다.
우정은 사랑을 포함한다.
너희가 있다는게
내가 사는 세상에 너희도 산다는게
다행이고 안심이다.
어젯 밤 너네 생각
참 많이 했다... ^^
'책이야기 > 2005-2010'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콜릿 다이어트 (0) | 2011.02.01 |
---|---|
2006년 책이야기 옮김. (2011.01.31) (0) | 2011.01.31 |
해리포터와 불사조기사단 (0) | 2011.01.31 |
책 읽는 책 (0) | 2011.01.31 |
호박방 (0) | 2011.0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