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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리고 다른 사고실험들 농축된 삶의 강렬한 순간, 단편다운 이야기들이자 연결고리를 찾아 엮어내면 끝까지 갈 수밖에 없는(끝이 없음을 깨달을) 장편이다. AI니 평행우주니 이제 벗어날 수 없는, 더이상 남일 아닌 세계는작가를 포함한 우리 모두에게 탐험의 대상이 된다각자가 가진 세계에 어찌 녹여낼지는 생존이 달린 과제가 되었고. 사랑마저도 어렵고 복잡해져버렸지만결국 사랑만으로 헤쳐나갈 수 있는 것이라말하는지도. 본질을 놓치지 않는 것과 착각에 단단이 빠져있는 것은 그저 얇은 줄을 타다 저도 모르게 어느쪽으로든 떨어지는 광대의 움직임만큼이나 아슬아슬한 일이다. 소설의 시작을 어떻게 받아들였는가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듯한데 혹 어려움이 있다면 옮긴이의 글이 도움될 것이다. (안내된 중간까지만)소설이란 모름지기 독자의 수만큼 이야기를..
주홍글자 216. 이건 치안판사들이 원한다고 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내게 이걸 뗄 자격이 생기면 저절로 떨어지거나 다른 의미를 상징하는 것으로 바뀌겠죠. __낙인은 타오르지 않았다. 헤스터 프린이 품기로 한 주홍 글자는 삶에 뿌리를 내렸고, 강인하게 피어났다.아름다운 표지.
빛과 멜로디 223. 알마를 살린 장 베른의 악보와 권은을 방에서 나오게 한 카메라는 결국 사랑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둘은 다른 사랑이지만 같은 사랑이기도 하다고, 한 사람에게 수렴되지 않고 마치 프리즘이나 영사기처럼 그 한 사람을 통과해 더 멀리 뻗어나가는 형질의 사랑이라는 점에서 그렇다고 덧붙이면서. 세상엔 사그라들지 않는 선의가 있다. 폐허간 된 땅, 메마른 땅, 희망이 꺼져가는 땅에서작지만 움직이는 빛의 존재가 세상의 일부를 살릴 것이다. 수많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건너 삶을 아름답게 연주하는 멜로디가 될 것이다. 선의란 생각보단 행동이다. 멀리 내다보기를 멈추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깊고도 섬세한 이야기에 많은 이들의 손길이 더해졌겠구나 싶었다. 역시나, 작가의 말은 그들에 대한 감사 인사로 시작된다 죽음..
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 70. 말을 고르고 또 고르고 지우고 새로 쓰다가, 답장을 기다리다가 조금 다른 사람이 되었다. 내가 얼마나 당신 쪽에 가까워지고 싶은지 온몸으로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하고 싶은 건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리로 향하는 과정이었다. 당신이 응답해주기 전에도 그 변화는 이미 일어났다. _편지 쓰기는 다정하다. 글쓰기라는 방식으로 다정함을 실천하다보면, 작은 메모를 남길 때 조차 첫문장을 쓰기도 전에 하고 싶은 말을 떠올리며 혼자 키득거리곤 한다. 물론 답장을 받기 전까지, 편지는 극단의 일방통행이지만, 그들은 수신인은 답장을 기다리기도 혹은 그렇지 않기도 일단 편지를 쓴다. 웃음이 새어나오는 습관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이메일은 업무의 연장선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편지와는 다른지도.정신을 똑바..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컬러 디테일과 뉘앙스를 만들어내는 미묘한 경계, 아름다운 쪽을 감각하기 위한 공부 중.컬러에 대한 다양한 시선과 정의, 디자인으로 확장되는 컬러, 배색을 통한 색에 대한 연구, 콘셉트에 맞춘 컬러 선택, 비기라고 할 수 있는 사용법까지 여러 예시와 함께 쉬운 말로 설명되어있다. 관련된 일을 하고 있지 않아도 (이를테면 디자인) 이런 책을 쓰윽 읽고 나면 다채로운 세상을 잠시 내가 만든 프레임에 담아보는 재미가 있지. 50페이지쯤 지나니외우는 공부가 아니라 새기고 스미는 공부가 되어얄 듯 싶은데, 그러려면 빌려온 책을 다 읽고 반납한 뒤 사야하는 거 아님?! 도서관 서가 사이를 걷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책세상에 책이 이렇게나 많지만도서관에서, 큰 서점에서, 동네 서점에서, 피드에서 만날 수 있는 책이 ..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96. 흐르는 물에 흐르는 눈물을 보태야 해, 노래에 침묵을 보태듯이. 웅비하는 동시에 스러지는 바람을 대기에 보태듯이지팡이의 둥근 끝부분과 철제 덧문에 천천히 녹이 슬어 가루가 더께로 앉듯이. 그러면 어느 날 망각이 그들을 덮치고, 허공이 그들의 이름을 집어삼키고시간이 그들을 사라지게 할 거야. 135. 가, 보내는 곳 어디서나 족족 퇴짜를 맞는군. 이번이 벌써 다섯 번째야. 나의 행복, 내 사랑, 그건 그들의 행복이 아니었나 봐.
망각일기 9. 모든 순간을 기록하려 했지만, 시간은 순간만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다. 시간은 순간을 포함하고 있다. 시간은 순간 말고도 많은 것을 담고 있다. 103. 그리하여 일기에 관한 이 책에 내 일기를 포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일기를 참고하고 새로운 글을 계속 써나가는 것뿐이었다. _ 얇고 작은 이 책은 가득하고 단단하다. 기꺼이 밤을 지새고픈 사유의 꼬리들이 문장 사이를 넒힌다 기록(혹은 기억)의 마력에 빠진 이가 그 기록을 기념하려다 결국 새로운 기록(분명 기억)을 남겨버린 이야기. 새로운 장르, 너무나 매력적인 책이다! 33. 나는 사실 정보를 충실하게 기록한다. 내 기억보다 더 현실적인 정보가 글에 품위를 더해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런 정보가 진실을 드러내 보여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연매장 33. 그녀는 너무도 당혹스러웠다. 왜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 역시 사랑한 그 사람이 가버리자 마음이 오히려 편안해졌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위태로운 삶에 찾아온 큰 슬픔, 그런데 동시에 얹힌 감정이 그제야 찾아온 안도라니. 비극이겠구나.그리고 그랬다.깨어나지 못한채 거슬러간 과거는 그대로 묻혔다. 캐내려는 이는 비밀의 끝이 없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고누군가는 기꺼이 알기를 그만두기도 한다. 모두에게는, 어떤 일에도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는 사실을한 번씩 떠올리는 것이때로는 최선의 삶이기도 하다. 450여 페이지의 소설은 흡입력이 대단해 놓을 수가 없고짧은 문장과 구성 덕분에 촘촘히 건너 긴 시간을 달리는 내내 재미있다. 참담한 과거의 기록이 먼 곳의 누군가에겐 한 편의 흥미로운 소설이 될 수 있다.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