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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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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버지니아 울프 가끔 궁금하다. 예술가들이 살아낸 휘몰아치는 인생이 애초부터 예술가의 몫이었는지, 그런 인생을 산 때문에 마치 대가로 작품을 남기게 된 것인지 궁금하다. 스스로 광기라 표현한 순간들을 사느라 팔 다리가 침대에 묶였을 때의 절망은 얼마나 깊었을까. 그럼에도 써야만 하는 운명으로 몸이 달아오를 땐 얼마나 환희에 찼을까. 내가 짐작할 수나 있을까. 특별한 운명을 타고난 이들에게 모두의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부분은 눈감고 보고 어떤 어김은 못 들은체 한다. 그마저도 그들이 죽은 뒤의 일이 되었지만.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을 읽다보면 자주 멈추곤 했다. 그러다 잠이 들기도 했는데, 잠이 들면 꼭 꿈을 꾸다 깨버렸다. 그녀의 삶을 주변의 여러 인물들을 거쳐 읽고나니 영화를 한 편 보고난 ..
WHY WE LOVE 진화인류학자의 글을 읽고나면 인간을 이해하는 일이 어제보다 조금 더 수월해진다. 실험과 결과, 과학까지 더해지면서 고개를 끄덕이거나 혀를 차는 일도, 연락처에서 지워낼 수 이들도 늘어가고. 인간에 대한 미움이 준다. 그래, 살아남으려고 그러는구나…하면서. 한편에서는 지금의 나를 이루는 감정과 생각들이 있는 그대로 위로받기도 한다. 내가 이해하려는 나도 수많은 인간 중의 하나이므로. 뇌과학의 한계없음에 사정없이 끌리는데 그 중 사랑을 다룬다기에 일부러 찾아 읽어보았다. 사랑 역시 한계를 알 수 없다는 건가요?! 공기 중에 제법 떠도는 그 말을 과학자의 방식으로 ‘밝혀‘준 덕분에 나는 속 편한 사람처럼 그러게 사랑이 최고지, 한다. 그래도 되는 세상에서 살고싶다. 그게 뭐, 하며 반문하는 이들과 눈 맞출 수..
일상감각연구소 무의식적으로 휘둘리고 싶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일들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인과를 찾아 새롭게 적용해보고 싶기도. 낯선 개념도 배우고, 친숙한 예들도 새롭게 보게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도움이 될만한 유용한 요소가 많다. 한글 제목보다는 sense-hacking 이 책의 결과 더 잘 어울린다. 부디 인류를 이롭게 하는데 유용하길. 향기나는 오일을 사는 것은 그럴만하다는 결론까지.
공부란 무엇인가 공부를 잘 해야하는 학생이었다가, 좀 한 줄 알았는데 사실은 응, 아니야를 깨닫게 될 즈음에 다른 이에게 공부를 하라 말하는 사람이 되었다. 깔깔깔, 현실 웃음 터지는 도입부를 지나, 기분좋게 소소한 공부 기술을 배웠다. 사실은 대학 신입생들을 위한 책인가 싶었는데 (물론 읽는 내 마음에 달려있다 생각하지만) 약간의 머쓱, 꼭 공부라 한정짓지 않으면 사는데 유익한 방법들로 나의 으쓱을 도우려나. 문득, 자식의 공부(실은 성적)에 열 올리는 부모가 떠올랐다. 살면서 공부에 대한 자기 안의 깊은 열망을 발견하고, 심지어 진짜로 공부하고 싶은 마음, 바로 그 분이 찾아왔는데… 서른 마흔을 넘기며 등장하는 바람에, 체력도 달리고 용기도 얼마 안 남은지라 그 귀한 열망을 자식에게 투사해버리는, 간단하고 쉽게 허나..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끌린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이 그렇다고하면 말이라도 붙여볼까 싶고. 무루 작가의 sns를 팔로우 하고 있다. 그의 피드는 콘트라스트가 진하게 적용된 느낌이다. 잔잔하지만 또렷한 인상을 남기는 분이라 생각했다. 단단한 심지가 문장에 뿌리를 내린 듯, 안정적이고 얽메이지 않으려는 마음 덕분에 자유로운 분위기가 맺히는 글이다. 책을 시작하며 연필을 딱 들고 앉았는데 를 읽는 순간 줄 긋고 이래서 될 일이 아니구나 싶었다. 연필을 내려놓고, 읽고 또 읽는다. 필사 노트에 일부 옮기면서 아까 찜한 문장이 분명 여기 어딘가 있었는데 하면서 어느새 다른 문장에 빠져 있다. 일상과 엮인 그림책 이야기는 그 책을 알아도, 몰라도 좋았다. 몇몇 이야기는 너무 잘 짜여져서 꽉 찬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