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이야기/2023

나, 버지니아 울프

가끔 궁금하다.
예술가들이 살아낸 휘몰아치는 인생이 애초부터 예술가의 몫이었는지, 그런 인생을 산 때문에 마치 대가로 작품을 남기게 된 것인지 궁금하다.

스스로 광기라 표현한 순간들을 사느라 팔 다리가 침대에 묶였을 때의 절망은 얼마나 깊었을까. 그럼에도 써야만 하는 운명으로 몸이 달아오를 땐 얼마나 환희에 찼을까.
내가 짐작할 수나 있을까.

특별한 운명을 타고난 이들에게 모두의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부분은 눈감고 보고 어떤 어김은 못 들은체 한다.
그마저도 그들이 죽은 뒤의 일이 되었지만.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을 읽다보면 자주 멈추곤 했다.  
그러다 잠이 들기도 했는데,
잠이 들면 꼭 꿈을 꾸다 깨버렸다.  

그녀의 삶을 주변의 여러 인물들을 거쳐 읽고나니 영화를 한 편 보고난 듯 하다.
품고 있는 모두를 태워버렸기 때문인지 더 태우려면 얼마나 고단할지 알았기 때문엔지, 마지막 선택이 너무나 이해가 되는데, 이해가 된다는 사실이 슬프다.  

낯선 나라의 이름들은 하나 하나가 낯선 세상인데, 넘겨보며 확인할 수 있어 내지의 인물화 덕분에 이해가 쉬웠다.

우리는 살면서, 다 살고나서
얼만큼의 사람들을 남기는가.
같은 그림을 그린다면,
나의 경우도 아마 두 쪽, 충분하거나 자리가 남을 것 같다.
문득 떠오른 그들만으로도 가득한 내 인생이 다행이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또. 뭐가 남을까.



'책이야기 > 2023'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열다섯 번의 낮  (0) 2023.05.16
귀한 서점에 누추하신 분이  (0) 2023.04.06
작별인사  (0) 2023.02.21
사랑하는 소년이 얼음 밑에 살아서  (0) 2023.02.20
이토록 평범한 미래  (0) 2023.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