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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2021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끌린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이 그렇다고하면 말이라도 붙여볼까 싶고.

무루 작가의 sns를 팔로우 하고 있다.
그의 피드는 콘트라스트가 진하게 적용된 느낌이다.
잔잔하지만 또렷한 인상을 남기는 분이라 생각했다.

단단한 심지가 문장에 뿌리를 내린 듯, 안정적이고
얽메이지 않으려는 마음 덕분에 자유로운 분위기가 맺히는 글이다. 책을 시작하며 연필을 딱 들고 앉았는데 <태어나기로 결심했다>를 읽는 순간 줄 긋고 이래서 될 일이 아니구나 싶었다. 연필을 내려놓고, 읽고 또 읽는다. 필사 노트에 일부 옮기면서 아까 찜한 문장이 분명 여기 어딘가 있었는데 하면서 어느새 다른 문장에 빠져 있다.
일상과 엮인 그림책 이야기는 그 책을 알아도, 몰라도 좋았다. 몇몇 이야기는 너무 잘 짜여져서 꽉 찬 느낌이었다. 마음도 눈도.

책은 일방적이다.
독자이기로 한 이상 일단은 끝까지 이야기를 들어야 하니까. 재미있는 책은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 성실하게 다음장으로 넘어가다가 뒤로 갈 수록 아까워져 주춤거리게 되고, 그렇지 않은 책은 지루한 목소리에 질려 펼쳤다 덮었다는 반복하다가 언제인지 모르게 책꽂이로 다시 돌아간다.
일방적이라는 표현은 때론 욕심부린 말로 들리지만, (책 읽기의 경우) 자기 의지로 독자 포지션을 선택한 이들에게는 그저 보장된 행복인 것이다.
작가에게, 그 작가의 글에, 어느새 스며드는 자신에게... 푸욱 빠져들 수 있기 때문에.


건강하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고 오히려 씩씩하게 홀로 걷는 모습이 멋진 무루 작가의 이야기는
부러 밖으로 나가며 귀한 산책을 가지려 애쓰는
오늘의 나에게 맞춤맞았다.

내가 혼자이면 어떨까 잠시 떠올려보지만.
중요한 건 혼자인가, 아닌가 이기보다
내가 보는 내가 나인가, 아직 아닌가 이겠구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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