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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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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급 한국어와 중급 한국어 12. 어떤 글이든 우리가 쓰는 글들은 일종의 수정된 자서전이에요. _ 초고를, 원본을 남기려 여기 저기 나의 생각이랄지 문장이랄지를 남기는 중인가 싶다. 수정과 개정이 죽는 순간까지 끝나지 않겠지만. 아무도 찾지 않을 자서전, 만듦새에 욕심내지 말고 일단 페이지라도 채워야할까. 누구도 찾지 않을 거라는 가정이 좀 슬프지만 나만큼은 수정을 위해 자꾸 들여다 보게 될 것이므로, 독자가 없는 것은 아니지. 자기 검열의 끝판왕이기보다 언제나 먼저 마음을 열던, 계속해서 쉬운 독자여야 할 터인데. 그 다정한 독자의 마음을 나에게도 주어야 할텐데. 세계의 한계, 마음이 그어놓은 선을 건너가고 싶은 소설이었다. 내 얕은 경험이 자꾸 한계인양, 우물인양 느껴져 글쓰기 위축되곤 하는데. 그렇다고 세계여행만이 답이 아니..
공부의 위로 한발 더 앞으로 한 뼘 더 깊이 들어간 지적 사유를 향유하는 사람. 너무 멋지고 부럽다. 배우고 싶다는 열망은 원초적이나 깨우는 사람이 드물고, 학생의 미래를 기대하며 가르치는 선생님을 만나는 일은 실은 로또보다 더한 행운이 필요한 일이다. 그 둘이 시간을 딛으며 꾸준히 이어지면 이런 글에, 이런 삶에 닿는다. 작가의 sns 를 팔로우하고 있다. 거의 날마다 식판 사진과 일기같은 기록을 남기는데 직장인의 일상이지만 어느 하루도 특별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그렇게 잘 보낸 하루들이 쌓이는 이유는 작가가 잘 읽고 쓰고 ‘생각하며’ 살아왔가 때문이구나. 공부를 열심히 하면 좋은 이유,를 보여주는 가장 설득력 있는 모습이다. 왜인지 작가는 이런 표현에 머쓱해할지도 모르지만🙃 보기 좋았고, 어느 것에도 방해받지 ..
클라라와 태양 희망과 바람은 노력에 의해서 이뤄질 수 있다. 사그라지지 않는다. 우연의 결과로 보일 때조차 간절함이 어딘가에 닿았기 때문이다. 세상의 그 무엇도 누군가의 간절함을 보았다면 외면할 수 없음이다. Artificial Friend가 나오니 미래인가 하면서도, 아주 먼 과거의 일처럼 느껴진다. 과거의 기억은 외국과도 같다는 어느 작가의 말도 떠오른다. 미지의 존재는 낯선 세계이지만, 다가서는데 적응은 필요하지 않다. 너무도 소설답다. 클라라의 희망이 걸린 곳이 태양이라는 사실이 얼마나 위대한 선택이었는지. 얼마나 다행인지.
스노볼 드라이브 스노볼은 손에 들고 있으면 자꾸 빠져들게 된다. 그래서일까. 스노볼이 소재가 되는 이야기가 제법 많다. 제목만으로도 벌써 두 권. 역시나 빠져든다. 눈이 내리는 모습은 아름다운데 눈이 쌓이는 일은 두렵다. 흩어져야 간직되는 아름다움이다.
마음의 심연 얼마전부터 참고하는 루트에 자주 등장한 책이었는데, 마침 도서관 신간에 들어와 반갑게 시작했다가 당황. 사랑과 열정이 단순한 감정은 아니나, 그렇다고 해도 인물의 관계 설정이 내게는 너무 파격적이라 그들의 감정에 몰입하지 못했다. 어찌 되는지는 알아야겠기에 먼발치서따라갔는데, 미완성작이야. 괴로움. 프랑수와즈 사강의 다른 작품을 더 찾아볼 이유만 남았다. 이렇게 시작하나요, 우리? 실은 연애 소설인지도 모르고 시작했는데. 실로 오랜만의 연애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애도를 그린 문장들. p.142 애도에는 여러 단계가 있다. 먼저 그 가혹삼, 일상적인 진부함이 있다. 그로 인해 다인은 처음에는 얼떨떨했다가 이윽고 정신을 차리지만 주변에 완전히 무심해진다. 가까운 이들에게든 먼 이들에게든 ‘근신’하..
단순한 진심 제목, 표지의 질감이 주던 책의 첫 인상과 소설의 결이 닮아있다. ‘이름’ 은 꾸준히 내 관심을 끄는 단어인 덕분에 좀 더 흥미롭게 읽었고, 우주라는 이름이 너무 마음에 든다. 소설의 시작이 그래서였을까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 다큐멘터리는 흘려 시청할 수 없어, 보고 앉았노라면 약간의 수고가 필요한데 이 소설이 그랬다. 지금껏 입양인의 삶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으므로 나는 아직 이 일에 대해 길게 이야기할 수가 없다. 다만,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끝까지 들어보는 정성을 다한다. 이 페이지가 인상적이었다 누군가의 손을 바라보는 우연은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고, 나만 아는 그 사람을 탄생시킨다. 너무 좋았다.
뉴턴의 아틀리에 아래의 글은 김초엽 작가의 추천의 말 중 일부이다. 과학은 거대한 우주 속 미약한 우리를 들여다보게 하고, 예술은 그 미약한 우리의 작은 마음을 우주로 확장한다. 우리는 한낱 우주먼지이지만 동시에 온 우주이기도 하다. 그러니 한 사람을, 사물을, 현상을 단 하나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그것에 숨겨진 무한한 세계를 발견할 수 없다. ... 질투가 날 정도로 아름다운 글들이 가득했다. 과학을, 예술을 향한 시선에 경이로움이 차고 넘친다. 나에게서 흘러나온 감동과 감탄을 밟고 한 걸음씩 가까이 가는 기분이랄까. 김초엽 작가의 추천의 말( 이 문장 자체로도 멋지지만) 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혹은, 이 책을 읽고나면 우주여도 우주먼지여도 좋을 내가 인간이라니 낯설고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