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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2022

마음의 심연


얼마전부터 참고하는 루트에 자주 등장한 책이었는데, 마침 도서관 신간에 들어와 반갑게 시작했다가 당황.
사랑과 열정이 단순한 감정은 아니나, 그렇다고 해도 인물의 관계 설정이 내게는 너무 파격적이라 그들의 감정에 몰입하지 못했다. 어찌 되는지는 알아야겠기에 먼발치서따라갔는데, 미완성작이야. 괴로움.

프랑수와즈 사강의 다른 작품을 더 찾아볼 이유만 남았다. 이렇게 시작하나요, 우리?


실은 연애 소설인지도 모르고 시작했는데.
실로 오랜만의 연애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애도를 그린 문장들.

p.142
애도에는 여러 단계가 있다. 먼저 그 가혹삼, 일상적인 진부함이 있다. 그로 인해 다인은 처음에는 얼떨떨했다가 이윽고 정신을 차리지만 주변에 완전히 무심해진다. 가까운 이들에게든 먼 이들에게든 ‘근신’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방황이나 권태에 자신을 방치했다가 차츰차츰 애도에서 벗어나 삶으로 돌아온다. 달라진 나날들이 펼쳐지고,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시간, 곧그와 당신의 관계가 사라진 시간이 이어지는 것이다. 이제 당신을 삶에 연결해 주는 것은 다른 어떤 존재, 다른 어떤 사건, 다른 어떤 행복에 대한 확신이 아니라, 태어나는 순간 생겨나 삶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엘뤼아르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속하겠다는 힘겨운 욕망’뿐이다. 그 지점에서 필요한 것은 당신 자신에 대한 애도로, 이겅에, 심지어 행복한 나날에 대한 기억에도 휘둘려서는 안 된다. 당신 자신에 대한 이 음울하고 지속적인 혐오는 무슨 고통을 만들어내는 기계처럼 당신으로 하여금 밤마다 이불속에서 짐승처럼 신음하게 만들고, 낮이면 무표정한 얼굴로 눈물을 참게 만든다. 당신은 저항하고 싸운다. 그러다 보면 울적함이 무슨 눈가림이나 당연함처럼 당신을 도와준다. 당신은 시도 떄도 없이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되는데, 그런 사람을 막연하게 존중하는 분위기 덕분에 존중을 받고, 때로는 누군가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 누군각가 당신에게, 당신의 슬픔과 당신의 거절에 충분히 관심을 갖는다면, 당신의 거절을 지나치게 모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상처 입은 가슴에도 피가 뛰고 있음을 안다면, 그 모든 것이 다시 아름다운 가을날 오후 테라스로 통하는 열린 창문이 될 수 있다. 그리하여 나뭇잎이 당신의 뺨에 와 닿을 때 과거가 따귀를 후려치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 아니라 상상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가 갑자기 부인할 수 없게 되어 버린 행복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그 행복에 어떤 이름을 붙이든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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