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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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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파티 드레스 ‘처음부터 우리가 책을 읽은 건 아니다’ 강한 부정인듯 느껴지는 문장이 사실은 피할 수 없는 강렬한 긍정의 의지를 담고 있다. ‘우린 기다린다. 사랑은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그렇게 시작된 사랑이 무언가를 통과해 완성에 이르기를 지켜본다. 온 몸의 감각을 한 곳으로 모아 읽어야 하는 문장들이었다. 여러번 읽어도 나아가기는 더뎠다. 밑줄을 모아 다시읽으니, 그 이유는 나에게 남은 기다림의 흔적과 변명이 키운 환상 때문이었을까 한다. 사랑에 관해 길고 깊은 글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언젠가 했었다. 남녀간의 사랑을 넘어, 내가 아는 사랑만이 아닌, 세상의 사랑을 모으고 해체하고 싶다는 바란적이 있었다. 그 일을 시도하기엔 아직도 이른 것 같다.
나인 외계인이 많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만 같다. 이 지구에 인간 뿐이라면 낭비이겠고. 들을 줄 아는 동물보다 듣고 있는 식물쪽이 더 큰 위로다. 성장하는 이야기는 따뜻해. 인간이든 인간이 아니든,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아름답다.
제비심장 철상자는 몰랐다 조선소 노동자도 그렇지. 스카프,페인트,용접,작업복,크림빵,조선소마을은 모르지 않았는데 내가 알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표지의 뒷편에도 나와있는 소설의 소개를 나는 50페이지가 넘도록 보지 못했다. 아마 이 소설은 내가 읽어주기를 바랐던 것이겠지. 감정이입이 벅찬 내가 지레 피하게 될까봐 그저 오렌지빛 그물만을 펼쳐 나를 잡아끈 것일테지. 철상자에 날리는 철가루들에 숨이 막혀도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을 멈출 수 없었다. 삭막한 문장에 치이면서도 아름다운 문장을 올려다보느라 끝까지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작가는 소설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는 평론의 일부를 실감한다. 문학의 아름다움을 밀어두지 않고, 소설의 경계를 넓히며, 독자로 하여금 그 너머를 궁금해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그래..
브로콜리 펀치 별안간 벌어진 일을 천연덕스럽게 겪고나면 어떻게든 삶은 이어지는구다. 왜 브로콜리이고, 왜 밥그릇의 얼룩인지, 왜 손톱인지는 왜인지는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 그냥 그렇게 벌어지는 것 뿐. 이건 다 소설이니까, 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어렸을 때 읽은 엄청난 동화들이 마지막에는 그래도 안심할 수 있었던 것처럼, 다독이는 마지막들이 있어 다행이었다.
안녕한가 무과수의 일상기록. 성실한 기록의 가치는 그 기록이 쌓이는 동안 자신을 발견하고 찾게 된다는 데 있다. 두고두고 돌아보며 웃을 일을 미리 만들어두는 것이기도 하다. 편집된 기록 덕분에 행복한 것이 아니다. 다음장으로 넘어가는 동안, 그 사이에 차마 담기지 못한 감정과 흔적의 존재를 성실한 기록자만은 알고 있기에, 단단하게 그 모든 것을 품고 그저 나아감으로 행복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일단 하다보면 되는 일들이 있다. 나를 돌아보고, 나를 바라보는 일들이 그렇겠지.
행성어서점 2022년의 화두는 ‘우주’ 다. 그래서 아껴둔 김초엽 작가의 소설을 올해 첫 책으로! 작가의 소설은 우주, 상상, SF, 미래 같은 단어들로 이루어져있지만 나는 그의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지금, 여기, 오늘을 만난다. 작년에 김초엽 작가의 책이 많이 나왔다. 그녀는 책 쓰는 기계인가 ㅎ 하나씩 알사탕 빼먹듯이 찾아 읽을 생각에 벌써부터 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