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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2022

제비심장

철상자는 몰랐다
조선소 노동자도 그렇지.

스카프,페인트,용접,작업복,크림빵,조선소마을은 모르지 않았는데 내가 알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표지의 뒷편에도 나와있는 소설의 소개를 나는 50페이지가 넘도록 보지 못했다. 아마 이 소설은 내가 읽어주기를 바랐던 것이겠지. 감정이입이 벅찬 내가 지레 피하게 될까봐 그저 오렌지빛 그물만을 펼쳐 나를 잡아끈 것일테지.

철상자에 날리는 철가루들에 숨이 막혀도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을 멈출 수 없었다. 삭막한 문장에 치이면서도 아름다운 문장을 올려다보느라 끝까지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작가는 소설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는 평론의 일부를 실감한다. 문학의 아름다움을 밀어두지 않고, 소설의 경계를 넓히며, 독자로 하여금 그 너머를 궁금해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그래서 결국 세상 밖으로 (혹은 세상 안으로) 이끄는 책이다.

어떤 이야기를 쓸 것인가.
어떤 이야기를 남겨야 하는가.
소설가들은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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