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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2023

열다섯 번의 낮


낯선 환경에서야 떠오르는 상념들이 있다.
나를 낯선 곳에 던져 놓으면
비로소 깨어나는 나의 일부가 반갑기도 하고
집순이에게 잦은 일이 아니니 좀 서운하기도 하고 그렇다.


외국에서의 생활, 여행 아닌 타지에서의 먹고 자고 입고 흘려보낸 시간들은 한 사람의 삶에서 큰 자산이다.
외부인으로서의 경계가 점차 현지인의 시선을 닮아갈 즈음, 그럼에도 좁혀지지 않는 간극에 상처받을 즈음, 나고 자란 곳과 다른 세계를 원초적으로 느낄 즈음, 의무와 경조사에서 벗어난 만큼 외로움을 견뎌야 할 즈음, 말이 통하지 않아 가슴이 막히거나 아무말이나 해도 제대로 들을 이 없으니 통쾌할 즈음…


낯선 시공간에서 버틴 대가는
삶의 어느 순간도 살아낼 수 있는 용기로 보답 받는다.


여기선 안되는 걸까.

단조로운 일상에 의미를 찾겠다고
내 시간들을 더욱 촘촘하게 세분하려 든다.
어떤 때는 하나로 뭉뚱그려 저만치 던져 놓아도 그만이라
여겨지는 그 시간들을 말이다.


의미와 재미가 있다면 특별한 곳이 아니어도 어떤가 하다가, 서 있는 곳을 벗어날 수 없는 분명한 한계에 기가 죽다가 그러는 요즘이다.


한 번도 가 본 적 없어 그저 멀기만 한 나라.
아름답기만 할 리 없겠으나, 근사한 순간들을 찾아낸 그이가 보낸 낯선 시공간을 문장들을 앞세워 따라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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