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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2023

평범한 결혼 생활

평범하잖아… 라는 말로 나의 삶을 설명하기도 한다.
자랑삼아 떠들 별 일이 없기도, 가끔 스스로가 무료해 심심하고 따분하기도, 큰 굴곡이 없는 일상이 그저 반복되고 있음을 떠올리고는 그런다. 좀 밋밋하기도, 멋짐이 쏙 빠진 듯도 할 때 하는 말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자랑 끝에 걸린 공허함을 눈치채거나, 몸이 부서지도록 고생하지 않고 밤을 맞거나, 잠자리가 병원이 아닐 때면 그 말은 손에 담기도 조심스럽다. 감사하기만 한 나의 일상들.  

평범이 평온의 가까운 말이기를 바란다.
헤쳐갈 길이 평탄하기를 바랄 수 없으니, 함께 겪으며 서로에게 위로를 구하고 기댈 자리를 내어주며 그 덕에 잠시라도 평안할 수 있기를.


그이와 나는
우리가 함께 살아온 삶을 평범했지, 하는데  
둘이 소리내어 그 말을 할 때는, 그래서 너무 감사할 때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맑기만 한 삶 없으니,
눈 앞의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삼킨다.
맞잡은 손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다시 한 번 꼭 잡는다.


단단해 보이는, 쓰는 이로서의 삶을 동경하게 되는 임경선 작가의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밀린 책의 시작으로  그가 가진 능력이 사랑위에 뿌리내린 것을 보니, 소설 속 아닌 현실 속 사랑을 들으니, 왜인지 거리가 좁혀진다.
반갑디.
사랑받고 사랑하며 사는 사람에게는 따져 물을 수 없는 저만의 힘이 있는데, 나는 언제나 그런 사람들에게 후한 마음이 든다.


나와 그이의 이야기도,
넘치는 러브스토리들 틈에 남겨두어얄텐데.
철저하게 나만의 시선이겠지. 냉정하게 객관적 시선을 유지할 생각도 자신도 없기에, 누가 읽어줄 기대는 애초에 않지만, 역시나 기록은 근사한 일이라는 생각이다. 러브스토리 너무 좋지. 그 중에 제일은 사람 둘이 하는?!
부모 역할이 비대해져 정신없는 우리에게도 너무 예쁘던 선남 선녀의 시절이 있었으니까, 새삼 흐려지는게 아깝다.

딱 한 권만 만들어서 아이의 거부를 뚫고 영원히 나 혼자 고이 간직하더라도 써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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