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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2022

유원


20대 중반 사회생활을 막 시작해 한창 친구 아닌 사람들과 긴 시간을 보내던 시절. 옆 책상에 앉은 이에게 세상에서 둘도 없는 나쁜이가 나에겐 그런 사람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배웠다. 그러는 중에 먼저 알게 된 이를 향한 죄책감 배신감 의구심을 품기도, 새 사람을 보면서도 비슷한 감정들을, 그러다 나 자신에 대해서마저 온갖 감정에 휘말리고 나서야 결국 사람은 내가 직접 겪어보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결론은 이후로 나의 인간관계를 지배해왔지만, 나만의 결론이기에, 어울려야하는 사회 구조 속에서 늘 명쾌하진 않다.
다만 나는 그래도 결국엔 내가 직접 겪으면 ‘괜찮을’ 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그리고 그런 희망을 품고 있는한 어떤 사람이든 결국 바라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믿고. 그래서 발등을 찍기도 여러번, 그래서 지레 도망을 치기도 여러번이지만 말이다.


마지막에 남해로 떠난 셋은 서로를 그렇게 직접 겪어낸 것으로 보였다. 어른이 되기도 전에 소중한 깨달음을 얻은 아이들이 멋졌다.

유원은 이름이다.
유난하지 않지만 기억에 남는 그 이름처럼 유원이 자신의 자리에서 잘 성장하길 바란다.

아이 덕분에 청소년 소설을 자주 읽는다.
내가 지나온 시간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책의 모서리쪽에 가까운 공백이 되어가는 바람에, 이렇게 소설의 도움으로나마 십대의 감정이나 현관 밖에서 겪는 그들의 일상을 듣는다. 소설이니 그렇겠지만, 웃다가 울고 울다가 웃으며 그래도 언제나 마지막엔, 다행이다.

나의 아이가 이 책들 사이를 즐거이 걷길 바란다.
나의 바람은 아이를 스쳐 지나는 바람에 그쳐야 하지만
함께 걸을 순간들에 대한 기대는 저버릴 수가 없는 게 속마음. 진짜 재밌는데 말이다.




7월,여름이 시작되며 찾았던
우지현 작가의 개인전 후기 이벤트 당첨 선물.
덕분에 올 여름은 짙은 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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