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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2022


낯설고 어려운데다 살아 있는 동안 볼 수나 있을까 싶은 세상 속으로 점점 더 빠져들고 만다.
테드창의 강렬한 작품들.

그의 두 번째 소설집을 읽으면서, 새삼 내가 소설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저 소설을 좋아한다는 말로는 충분하지 않은, 글예술 그 중의 문학 그 중의 소설에 대한 나의 애정은 어쩌다 이렇게 (실제로 얼마나?) 단단해진 걸까.

기운이 빠졌을 때 재미있는 소설을 찾아내 읽고 나를 소생시킨 적이 있다. 왜인지 모를 불안으로 심장이 마구 뛸 때면 따로 모아둔 연애 소설 중 한 권을 아무데나 펼쳐 읽으며 숨을 고르곤. 믿고 보는 작가의 작품 중 여러 인물이 나오는 이야기를 꺼내 그들의 소란함 사이에 분주한 나의 속마음을 흘려놓고 나오기도. 시선이 명징한 소설을 읽으면 세상 일에 무딘 내 모습에 주춤하지만, 이내 기꺼이 깨닫고 주위를 환기하지.

소설 속 세상에 머무는 동안
내 안의 소용돌이는 사그라들고
소설 밖으로 나오면
그제야 침묵이 입을 떼게 만들기도 한다.

감정이입과 몰입이 언제나 일어나는, 번번이 마음을 전부 내어주는 쉬운 독자인 나.
작품을 가리지 않되 내 손으로 고르려는 심지를 지키려 노력한다.

나와 다르지 않은 삶이 어딘가에 있다는 위로와 실은 그렇게 살아가는 게 삶이라는 안도, 판타지에서 현실을 발견하는 즐거움, 울며 웃으며 그저 그렇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의 실재까지.
나는 그 전부를 사랑하는 것 같다.

발전하기 위해 나아지기 위해 책을 제. 대. 로. 읽으라는데, 그런 외침은 자꾸 한 귀로 빠져나가네.
읽은 책이 쌓인다고 내가 큰 사람이 되는 건 아닌 결과가...

나 하나쯤은 무익과 무해를 누리는 사람으로 남는 것도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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