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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2023

이것은 라울 뒤피에 관한 이야기


종이책의 물성을 사랑한다고 오랫동안 말했고, 눈의 피로를 걱정하는 인간이므로 전자책에는 일절 관심이 없(는 척이)었지만, 먼 여행길에 짐을 줄이고픈데 그렇다고 단 한 권의 책을 들고 떠나자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전자책을 다운받기 시작했으며, 지금은 온라인 서점 세 군데의 앱과 그에 딸린 리더기능을 하는 앱 및 전자도서관 앱등을 지나치게 많이 깔아 첫 화면에 정리가 필요한 사람이 되었다.

접근이 쉬워진 기분탓에 패드만 붙들고 있달까.

암튼.
쉬운 독자 역할을 마땅히 기억하고 이제사 전자책의 장점을 하나 둘 발견하던 중인데.
이 책을 보며 무릎을 탁! (실은 책상을 톡!) 하고 치고야 말았다.
미술 작품을 다룬 책에서 늘 아쉬웠던 현상, 그림이 나뉘거나 가운데로 말려들어가는 (바람에 살금살금 책을 벌려 위아래 선을 백분의 일 차이로 직선에 가깝게 만들려고 버둥거리며 작품을 보곤 하던 )일이 벌어지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 확대도 돼.
화면을 밝게하고 미묘한 색감 차이도 즐길 수 있었다. 오~


이전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샤갈의 전시를 보았다.
그 전시 이후로, 우연히 샤갈의 작품을 보고는 작품명을 보기도 전에 그를 알아보는 경우가 왕왕있었는데, 그런 경험이 반복되면서 마치 내가 샤갈을 이해한 듯 한 기분에 들뜨곤 했다. 아마도 그 때 본 전시가 한 작가를 가득 담아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미술 시간에 외운 화풍이나 사조가 아니라, 그림의 분위기와 그 그림을 감상하는 나의 느낌으로 작가와 작품을 알아볼 수 있는 건 무지 신나는 일이다.

가득하다.
라울 뒤피의 이야기가.
그의 이름은 이제야 말하게 되었으나, 경쾌하고 밝은 작품들을 자주 마주치고, 혼자 어깨를 으쓱이는 일이 자꾸 일어나길 바란다.
그럴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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