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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2016-2020

바깥은 여름

습하고 뜨거운 바람이 나무를 흔드는
오늘,
바깥은
여름 중에서도 힘들고 싫은 여름이었다.




불편하고 아픈 삶의 일면을 애써 피하는 나에게
소설은 말한다.
그래도 어느 만큼은 알고 있어야 하지 않냐고.
그래서 그 덕에
이렇게 소설을 겪는 동안 (안전하게 앉아서) 비극적 삶에 대한 저항력을 조금씩 키우게 되는 걸까.


각 단편은 주인공도 배경도 다르지만,
무언가를 잃는 누군가의 이야기이다.

아이를 잃는다.
상상한 적이 없다. 상상 마저도 두렵다.
나는 이제 아이 손을 더 꼭 잡는다.
오직 두사람에서도 그렇고, 아이는 모든 부모의 심장이다. 심장을 잃고 사는 부모의 삶은 죽음이고 만다.


강아지를 잃었다.
어딘가에 꼭 내려 두어야 했던 내 마음을 내려 놓을 유일한 곳. 강아지의 선택이었지만, 결국 그리되리라는 걸 알았다면 에반에게 너무 잔인할까. 찬성에게 그럴까.
모른척 살아도 평생을 따라다니겠지.
이해와 용서를 구하는 마음이 깊고 낮게 깔려 지워지지 않을, 남은 삶.


옆자리의 누군가를 떠난다.
남보다 못한 가족을 놓는다.
어쩔 수 없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분명 자의로 잃고 만다.
이후의 삶이 조금은 가벼워지면 좋으련만, 쉽지 않겠지.


그이를 잃는다.
희생이어도.
상상해 본 적 없다.
전쟁이 나면 대의 앞에서 비겁해지더라도 곧장 우리가 있는 곳으로 오라고 지금도 나는 약속을 받아내며 그렇게 말하곤 한다.
하지만 나라면. 그이라면.
덧없는 물음표엔 답이 없다.

그래도 이제는 안다.
그런 사고는, 비극은 언제나 남의 일이기만 한 건 아니라는 걸. 내가 나를 지키고 내가 우리를 지키려고 노력해도 세상엔 어쩔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는 걸.
그래서 기도하고
그래서 늘 이 순간이 감사한 거겠지.

그이의 손을 잡는다.
아침 출근길이 잠시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 된다.


<침묵의 미래> 와 <가리는 손> 은 어려웠다.
내가 알지 못하는 내 안의 감정들이 일었다.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 내 감정이 두려웠다.


중간 중간 울었다.
슬퍼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흘러가며 느껴지는 희미한 안도도 있었다.
그래서 절망감으로. 책을 덮진 않았다.
작가의 힘이라고 생각했다.
비극 속에서, 그게 전부가 아닌 것은.

그럼에도
다 읽고 나니,
나는 조금 무겁다.

뜨겁고 습해서 가슴이 답답해지는
바깥이 그런 여름 날이라 그런가하며
가장 만만한 이 계절을 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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