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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2021

어쩌면 스무 번

편혜영 작가의 책을 처음 만났다.
편하게 침대에 앉아 한 두편 읽고 자려 했는데
잠을 설치고 말았다.

사람이 무섭다.
그 두려움이 점점 더 짙어질수록, 속 모를 사람들이 가득한 세상을 보게 될수록 나는 말을 잃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영원히 숨을 수 없는데 어쩌나,
그들 속으로 들어가야 뭐든 할텐데 어쩌려고 이러나.
끝의 끝에 가면,
결국 살게 하는 것도 사람일 거라는 걸 알고 있다.
내가 먼저 살게하는 사람의 말을 해야한다는 (누가 지우지도 않은)책임의 부담을 모르는 척 할 뿐.

3단에 놓은 선풍기가 오른편에서 돌고 있다.
민소매를 입은 팔이 서늘한데 왼쪽 목 뒤에서 땀이 흐르니 선풍기를 끌 수도 없다.
땀방울이 사라질 때까지 서늘함도 소음도 모른척하고 만다.

마지막 문장을 아무리 읽어도 해결되지 않는 물음표들 때문에 나는 여러번 아까 거기로 다시, 또 다시 돌아갔다. 서두르다 놓쳤는지, 혹시 나니까 이해하지 못한 것인지 조바심을 내면서.
그렇게하고도 내 몫이 남는다.


그래도 이번엔 이 스산함을 덮어버리지 않고
통과하는 사람이었다.

더 나은채로 내내 사는 건 아니지만,
어제보다 나아졌다 믿어본다.



단편에 담긴 삶이
너무나 길다.



어쩌면 스무 번>
그 보안 업체가 그 종교 집단 아닐까 불안했다. 그게 누구든 중요하지 않지만 내내 집 주변의 사람이 두려웠다 어쩜 그들은 자신이 더 두려웠으려나.
호텔 창문>
죽음을 딛고 얻은 삶. 은혜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글자 그대로,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삶. 삶이 세 번이난 들어간 짧은 문장은 너무나 처참하다.
홀리데이 홈>
리코더> 수오는 어디로. 세상에서 나를 지우고 싶은 순간이 있다, 누구에게나 그렇겠지. 나 또한.
플리즈 콜 미> 좋은 날이 되었네> 가족은 멀다.
후견> 외로운 사람, 마음이 아프다.
미래의 끝> 동방생명 아줌마, 이런 이들이 부르고픈 동네 이모.




기억하고 싶어질 것 같았다.
읽는 내내 느껴진 스산함이 낯설고 어려웠지만, 언젠가 분명 떠올리고 싶어질 것 같아 제목을 (그러다보니 따라붙는 말들을) 적어둔다.

소설 드라마 영화에서는 희망을 보고 싶다.
덕분에 안도하며 웃고 싶기만 하다.

그런데, 이렇게 희망의 꼬투리를 찾아나서야 한다고 일러주는 쪽도 나쁘지 않았다.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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