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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2021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




한 사람의 삶이 그대로 역사가 된다.
꾸며낸 이야기는 실재한 시대에 올라타 강렬한 기억을 새긴다


셀 수 없이 많은 (심지어 크기가 같은) 쪽지가 모여들어 사전이 되어간다니, 낭만적이야.
메일이나 메시지로는 그릴 수 없는, 편리해서 떠날 수 없는 시대가 오고 그 안에 파묻힌다해도, 내내 그리워할 장면들이다.
엄청난 자료를 모으겠거니 짐작했지만, 사전을 만드는 과정은 그야말로 세대를 거치고 시대를 지난다.
지켜볼 수 있어 영광이구나, 이런 소설의 기능에 고마운 마음에 들었다.
고심하여 선별한 단어의 의미와 문장들을 잘 정리하고 제본된 책으로 받아드는 순간
차오르는 벅찬 심경의 뒤에는
이 단어는, 결국 달라지겠구나 하는 깨달음이 따른다.
아이러니, 이 또한 낭만적인 걸.

누군가의 기록은 바라보는 시선과 기준에 따라 사소해지기도, 꼭 필요한 의미를 담기도 한다.
내가 적어 두는 문장들은 어제와 다르지 않으나, 쌓이고 엮여 어느 날 나의 역사가 되고 어떤 이야기가 될 지도 모르겠지.
겁쟁이의 손끝은 점점 무거워지고 있지만, 결코 멈출 수 없는 명분이다.

단어, 언어가 갖는 신비에 다시 한 번 반한다.

리지가 디트에게 보낸 편지를 보며 울었는데,
보내진 방식도 솔직하고 짧은 그 문장도 모두 에스메이에 대한 사랑이 느껴졌다.
그저 웃을 일이 많기를 바랐다.

남자와 여자가 아닌,
이런 사람과 저런 사람들의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고 싶다.

릴리. 덕분에 해리의 삶은 흔들리지 않았고, 그렇게 존재했기에 그 이름의 향기가 느껴지는 듯 했다.
릴리가 언급되는 부분들은 모두 감동이었다.

이 책 좋았다.
문장을 적어두고,
두툼한 책의 두께만큼 단단한 감동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단어들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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