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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2021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자라면서 수없이 많은 장래 희망을 적어보았지만, 과학자는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다.
어렸을 때는 물리 때문이었고, 더 어렸을 때는 아인슈타인 우유에 그려진 대표 과학자의 헤어스타일 때문인 듯 한데…
세상에 무해한 별종이거나 얼마나 어려운 공부를 하는지 알아듣게 설명하기도 힘겹지만 그조차 상관할 틈이 없는 머리가 엄청 좋은 이들.
지구의 가장 깊은 곳이나 멀고먼 우주의 한 점, 눈에 보이지 않아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아야 겨우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비슷 비슷하게 꿈틀대는 것들, 역시 맨눈에
보이지 않지만 공식과 논리로 분명 여기 있기도 없기도 한 것들에 관여하는 이들.


과학자도 사람!.
이 책을 읽고는 당연한 그 얘기가
처음으로 와 닿는다.
그리고 어쩜 내겐 멀기만 했던 그 장래 희망은 미지의 세계에 있던 것이 아니라, 적어도 미지의 세계를 보고자 하는 열망, 지구에서의 지구력, 꽤 괜찮은 성적의 학창 시절을 경험했던 이들의 눈에 들 수 밖에 없던 것일지도.

관찰하고 분석하고, 원인과 결과를 찾는 냉철하고 개인적이지 않은 과학적(?)인 작업들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이미지를 하나씩 벗겨내며 너무나 인간적인 그러다, 사랑스럽기까지 한 천문학자의 이야기.
물론 먹고사니즘이 가장 결정적 계기가 되어 연구실에 불을 켰다고는 하지만 :)
우주라는 카테고리에 자신의 삶을 넣고, 온갖 각박한 상황에서도 이어가고 있는 현실이 부럽네.


3년, 5년에 해당하는 시간은 새삼 지나고보면 그리 길지 않지만 하나의 프로젝트를 그 시간동안 끌고 간다는 건 같은 계절을 세 번 이상 넘겨야 하는 일이다. 변화를 보면서 그 변화에 마음을 다 빼앗겨서는 안되는 법.
우러러 볼 수 밖에 없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지만,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밤하늘을 자주 올려다보았다. 내 눈이 더 밝아, 별을 찾고 15도씩 움직이는 그 길을 따라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쉬워하면서…
하지만 달에 가지 않고도 밤낮으로 달을 살피는 담담한 과학자를 보며 내 눈이 모든 별자리를 찾을 순 없겠으나 한 번씩 반짝이는 별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만은 온전히 내 안에 담아보자 다짐해본다.
별종도 슈퍼천재도 아니지만
세상에 우주에 마음을 둔 한 사람으로.
거리도, 갯수도 상관없이 나에게 의미있는 하나의 별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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