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제 너의 이름을 알아. 게드.
하지만
소중히 담아두겠어.
끝없는 고요와 무서운 침묵.
부딪쳐 싸워야 하는 건, 절대악이지만 그건 자신이기도 하다.
나의 아이가 막 세상으로 나갔을 때 수 없이 말해 주었다. 작은 용기만 있으면 된다고. 그 시간들을 떠올렸다.
그래, 오히려 큰 용기가 필요한 때는 자신과 마주하는 순간이겠지.
판타지의 고전이라던 이 이야기를 이제야 읽었다.
제목을 듣고, 잊고, 장바구니에서 보관함으로 옮기고.
어디선가 다시 듣고, 잊고, 표지가 안 예뻐 미뤄두고,
그러다 누군가의 손을 이미 거친 더미 속에서 만나니 반가웠고, 그래서 샀고, 다시 잊고.
꿈과 희망이 필요한 어느 때에 손에 들었다.
예상을 조금 벗어난 이야기.
늦은 듯 싶지만 읽고 나니 나와의 인연이 이렇게 돌고 돌았음이 그럴만했구나 싶다.
익숙함을 벗어나지 않은 채,
깊고 새로움.
모든 이야기의 시작일 것 만 같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은.
그런 이야기이다.
한 장 한 장 지루했지만
어느 한 장 허투루 넘길 수 없었던
어스시의 하늘 구름 바다를 담은이야기이다.
'당신은 행복해질 거요.'
마지막에 보여준 잠깐, 그 다정한 모습들이 스스로에게도 위안이 되었길. 게드.
이름의 소중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설정에 감탄하며.
책을 내려 놓는 동안,
이런 저런 생각을 하기보다
침묵하게 되었다.
여운을
가까이에
오래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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