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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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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발명 신간으로 나오자마자 구입해두고 기다리던 여행을 위해 아껴두었다가 비행을 기다리며 첫 챕터를 읽기 시작해 여행의 마지막날 이른 아침에 마지막 장을 덮었다. 좋아, 완벽했어. 삶에서 나아감이란 알고 있었거나, 모르지 않던 것을 내 목소리로 인정해나가는 과정을 살 때 벌어지는 일이다. 애써 의식하거나 기꺼이 수고하지 않으면 그 과정을 실감하기도 실은, 쉽지가 않지만. 나를 위해 한 마디를 보태자면 이치와 가치를 깨달아야 한다는 의무를 새기기보다, 어차피 평생을 배워가야 하는 일이며 완성은 없다 여기자 하고나면 할 만도 한 것이다. 정혜윤 작가의 글은, 이야기는, 여러 번 말하는 것 같지만 나를 세상 속으로 끌어낸다. 나를 나의 세상 밖으로, 그러니까 당신들의 세상 속으로 끌어낸다. 나의 세상에 갇혀있다 여기지..
슬픈 세상의 기쁜 말 거실창을 넘어 들어온 가을 볕이 목 뒤를 뜨겁게 데웠다. 비가 온 후로 날은 차가워지고, 밤 사이 스며든 한기가 좀처럼 쉽게 흩어지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빛이 있는 동안은 눈부심 때문에 멀리서만 바라보곤 했는데, 오늘은 그 시간에, 일부러 창가로 가 의자를 빼고 앉았다. 눈물이 터지려던 대목에서 매일 걸려오던 전화가 와 먹먹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고 다정한 웃음이 말을 걸어와 눈물은 흐르기보다 그저 눈가에 머물렀다. 슬픈 세상의 사람들이 나를 바꾼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특별한 삶을 지고도 어쩜 그리 평범한 듯 살아가는지… 이야기를 하는 동안, 그들 역시 가장 좋은 모습이 바라는 대로 변했길, 가장 좋은 모습의 미래가 되었길 간절히 기도한다. 슬픔을 뚫고 지나간 아름다움이 ‘우리’를 낳았다. 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