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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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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한 사람의 차지 나이가 많건 적건 나이가 적지 않은 남자이건 아니건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건 잘 사는 일에 관심도 없건. 아무튼 곳곳의 다양한 사람들을 책장을 따라 넘어가며 바라보고 섰다. 문득, 다양하다는 표현을 그동안 내가 제대로 사용한 걸까 돌아본다. 어떤 일을 바로 잡느라 말이 길어질 때면 늘 등장하던 단어. 화려하거나 소박하기보다 다른게 당연하지 하고 말하기보다 다양하다는 건 그저 끝이 없음이 아닐까… 한다. 내 주변을 스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공기를 만들어낸다. 그대로 떠가기도, 이해하려 의도하지 않았으나 나를 그의 마음 아래에 서게 만들기도 한다. 각자의 삶을 살면서도 연이어 관계를 맺고, 그 관계의 끝을 다 알고 있는 듯한 얼굴로 살아간다. 여러번 멈추어 그들의 자리에 서게 된다. 평생 잊지 못할 ..
복자에게 김금희 작가의 책을 연달아 읽었다. 아이와 도서관을 다녀왔고, 책을 한 짐 쌓아두고 각자의 음료와 달달한 것들을 앞에두고 앉아서였을까. 복자를 만나 걸으며 섬에 스미는 영초롱의 시간이, 소녀들에게 일어난 그 시간이 낯설지만 진작에 정해진 운명처럼 설렜기 때문일까. 소설 일기의 기점인 50쪽까지 내리달리게 되었고, 울리는 타이머를 모른척 넘겼다. 편지가 주는 애틋함을 사랑해. 소설에 등장하는 편지들은 한결같이 그 애틋함을 키운다. 가끔 … 이렇게 세상을 몰라서야, 하며 나는 준비가 덜 된 어른이라 생각하곤 한다. 사람이 180도 바뀌지 않고서야 앞으로도 그런 준비는 착착 이뤄지기 어렵겠지. 관심. 편지가 부쳐지지 않더라도 쓰일 수는 있는 것이니.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단편집, 소설집 말고 ‘짧은 소설’이라고 적혀 있다. 작가의 책을 처음 읽는데 그만의 결이 느껴진다. 마음에 들어. 연이은 요즘 사람들 이야기 중에서 가장 무리없이 다가온, 계속 궁금한 삶이다. 마침표를 확인한 뒤에야 끝이 아니라는 걸 더욱 실감하게되는 짧지만은 않은 이야기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