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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2021

어린이라는 세계

나그네의 옷을 벗기기 위해
바람과 햇님이 대결하는 이야기를 우리는 잘 안다.

__
예전부터 나는.
“나는 애들 싫어해. 원래 안 좋아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 너무 싫었(지만 속으로만 싫어했)다.
그런 말을 결국 뱉어내는 무신경. 그 대상이 내가 될 수도 있다 생각했고, 물론 너일 수 있잖아! 하고 혼잣말도 한 것 같다.
던지면 그만인 말이었다.
어른들한테는 대 놓고 못하면서, 애들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심지어 듣는 애가 옆에 있어도😾
내가 아끼는 사람들조차, 과거 어느 때 그런 말을 했었고 그 말을 하던 장면은 여전히 또렷하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원인 모를 안절부절을 시시때때로 겪으며
역시나 그런 말을 내 뱉는 사람들과 여기저기서 마주쳤다.
‘우리애는 달라.’하며 말을 길게 늘여도 보고, “흥! 나도 됐거든” 하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그래도 아이가 자라는 시간이 짧지 않으니,
내 아이가 아이인 동안, 그저 한 사람으로 존중(까지는 욕심이라면 인정(이라도...라고 물러나며)) 받을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은 간절했다.
그 바람은 식지 않는다.

따뜻하게 그러나 명징하게 ‘어린이’를 이야기하는 이 책은 햇님이다. 그들의 옷을, 두터운 생각들을 스스로 벗어 던지게 할 것이다. 어릴 적 보던 그림책 속 햇님 얼굴은 대결하는 내내 웃는 얼굴이었다. 이 책은 햇님이다.


 
책 한권을 마음에 꼭꼭 담아둔다.
쉽게 읽히고 깊게 들어와 앉는 글이다.


내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나와 나란히 선 한 명으로 대하려고 노력했다.
밀착마크의 고된 임무와 툭툭 떨어지는 체력은 오랜 다짐을 자꾸 잊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그건 아이를 낳고 흔들리지 않은, 나의 유일한 다짐이기도 했으니까.

느끼고 깨달은 바가 많으니, 하나씩 실천해본다.

요즘의 나는
아이에게 “천천히 해.”라고 말하는 중이다.
얼른 얼른, 하고 입에 붙은 소리가 먼저 튀어 나왔다가
다시 말을 바꾸기 일쑤다.
티나지 않게, 목소리 톤까지 신경쓰면서 말해본다
“천천히 해.”
내가 기다리는 시간이 실제로 길지도 않은 것 같다.
기다려보니 알겠다.

아이가 정말 그래도 괜찮다고 느끼려면
아마 좀 더 긴 시간을 들여 성실하게, 애초부터
“천천히 해, 괜찮아.” 라고 말해야 한다.
할 수 있다. 나는 어른이니까.

그리고... 그렇게 말하면 좋은 점이 또 있다.
그 건, 책을 보시라!
훗. 배워서 써먹는 순간이다 :)

어린이들의 모든 처음을 사랑하는 사람,
내 아이의 세상이라면 영원히 궁금하기에 부디 그곳에 희망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 엄마,
어린이였으나 어른답게 살고 싶은‘나’까지...
이 책을 읽던 내 안의 여럿이
하나같이 웃고 운다.

김소영 선생님을 만나면
꼬옥 안아드리고 싶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 🐕설탕이하고도 행복하세요!...라고도 인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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