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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2016-2020

말하다

 

 

한 번의 호흡으로 읽고야 마는
여러번 들고 나서는데도 닳을까 아까운
그럼에도 매번 다른 감상이 남는
읽고 까먹고 또 읽는.

미셸 퓌에슈의 아름다운 책들 중 6번.

새해의 첫 책이 그 해를 가늠하게 해준다던
그 말은 꼭 첫 책을 골라 읽고 난 후에야 떠오른다.

다이어리에 적어둔 1월의 문장,
“나의 쓰기는 말하지 않기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와 묘하게 어우러진다.

솔직한 준비를 시작하며
나만의 말하기가 펜 끝에서 열리길 바라본다.


____

 

 

p052
문학과 시가 없다면 문화도 삭막해지고 제 구실을 다할 수 없을 것이다. 신은 인간 언어의 진정한 힘을 보여준다. 시를 대할 때면 모든 표현법들과 단어들이 저마다 독특하며, 단어 하나하나마다 고유한 울림이 있고, 그 의미에도 다양한 층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p058
뭔가 결정을 내리기 위해 혼잣말을 할 때, 우리는 바로 질서를 세우는 말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다. 우리는 말로 가정들을 뽑아내고, 좋은 점과 나쁜 점의 목록을 세우며, 지키기로 결심한 커다란 원칙들을 반복하고, 결심을 명확하게 표현한다. 스스로 그렇게 말하는 바로 그 순간 결정이 내려지는 것이다.
하지만 말은 논리에 있어서는 감정보다 뛰어나지만 직관에 있어서는 감정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래서 최상의 균현을 찾기 위해 우리는 항상 감정과 말을 일치시키려 한다.

p076
마찬가지로 심각한 문제에 대해서는 최대한 빨리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 그리고 “나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이야기하기 쉽지는 않지만..” 하고 말을 꺼내는 것이다. 모든 일이 잘 풀릴 경우, 이런 용기는 인정받고 존중받을 것이다.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해도, 뭔가 행동을 한 것이고 상황이 분명해졌으니 암울하고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빠져나온 것이다.

p078
스스로 말해야겠다고 결심한 경우에는 말하려는 노력이 정상적이고 필요하지만, 누가 되었건 다른 사람의 강요에 의해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누구나 자기만의 비밀, 내밀한 영역을 가질 권리가 있다.
심지어는 의사나 부모님, 연인에게라도 말이다. 누군가에게 억지로 말을 하라고 훈계하는 것도 삼가야 한다. 이런 태도에는 존중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스스로 도덕적이라고 내세울 수 없고, 오히려 도덕을 남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p094
평범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떠는 수다, 사고 싶은 옷이나 다음 축구 경기에 대한 이야기는 꼭 시간 낭비만은 아니다. 그런 대화를 통해 우리는 서로 알게 되며 의사소통의 통로를 유지하는 것이니까. 이렇게 해두면 나중에는 좀더 깊은 대화도 나눌 수 있다.
... 하지만 연인들이라 해도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순간을 음미할 수 있다. 끊임없이 무슨 말이든 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고 함께 산책을 하는 때라든가,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지만 전화는 하지 않는 날처럼 말이다.
이런 침묵은 사실 대화의 일부이다.

p102
어떤 질문에 대해 대답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는 것은 강력한 뜻을 전달하며, 누군가에게 말을 하지 않는 것은 그 사람을 배제하는 매우 가혹한 방법이다. 하지만 침묵이 긍정적인 의미를 띨 때도 있다. 이미 충분히 말을 했고, 더이상 덧붙일 말이 없다는 뜻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인디언들처럼 우리도 어떤 문장이나 대화를 끝낼 때 “휴! 난 말했어”라고 말하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이 말의 의미는 나는 진실하게 말하려 애썼고, 뱀처럼 간사하게 말하지 않았으며, 신뢰와 진심을 담아 말의 힘을 사용했다는 뜻이다. 또한 대화에 참여했지만 모든 대화를 독차지하려 하지 않았고, 말하는 만큼이나 중요한 행동을 할 마음이 있다는 뜻이다.
그 행동이란 듣고, 귀 기울이고, 이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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