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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2016-2020

오직 두 사람





재미있는 소설집이다.
읽어내기 아까우면서도 궁금해서 읽을 수 밖에 없는.

문학은 읽는 사람마다 해석이 다를 수 밖에 없기에 수천 수만의 해석이 있는게 당연하다.... 는 작가의 말을 들어서일까. 읽는 동안, 내 나름의 어떤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에 꼬리에... 처음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러는 동안 내심 즐거웠다는 게 달랐다.

작가의 말이 오래된 벽을 허물었다. 문학을 읽으며 작가의 의도와 배경의 실체와 반영된 시대상과 주제를 찾아내야 한다는 학창 시절의 훈련방법에 나는 다 커서도 갇혀있었다.


오직 두 사람/
못난 사람이 대장의 자리에 있는 걸 격렬히 반대한다.
편지글의 형식, 소수 언어에 관한 이야기, 말을 뒤집는 오빠의 습관은 취향저격. 끔찍한 설정에도 불구 유럽여행을 떠나는 건 부러웠다. 이 책의 표제작이자, 첫 소설인 게 그럴만했다는 생각이다.


아이를 찾습니다/
감정이입이 쉬운 나는, 제목만 보고도 겁이 나 꼬박 하루 동안 책을 밀어놓았다
너무나 있음직한 일이라서 겁이 났고 자고 있는 아이를 자꾸 들여다 보았다. 내일이면 아이를 데리고 경찰서로 가 지문을 등록해야겠어. 유전자도 등록해야 하나 마음이 급해졌다. 정말 그랬다.
자식을 잃는 다는 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일이다. 제 정신으로 삶을 살아 갈 수 없겠지. 저 사람과는 계속 함께 할 수 있을까. 그런데 무조건 돌아온다고 모두에게 해피엔딩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 본적이 없었다. 이 소설로 겪는다.
아이를 잃은 순간부터 결국 다 끝난 일이었다. 아이와 부모의 삶은 망가졌다. 파괴되었고 그건 어떤 희망으로도 되 살릴 수가 없다. 파괴되는 삶. 망가지는 삶.
그저 힘겹게 살아내는 삶이 아니라 끔찍한, 살아내는 게 아니라 죽지 않았기에 흘러가는 그런 삶의 실재를 이 소설로 겪는다.
삶의 더 많은 부분을 알아야하는 게 아닌가 나는 그런다.



옥수수와 나/
일단은 바다를 건너가 삼십억을 오년만에 벌어온 사장님 동기도 능력도 멋지다. (딱 거기까지만ㅋ)
뉴욕으로 간 다음부터는 딱 난해하고 해체적이며 음란한 소설이다. 그럴려고 한 거 같다 :)
출판계(?)의 이모저모를 보여주다니. 그런데 역시 그 바닥은 어려운 바닥이구나 한다.


슈트/
마지막에 빵 터짐.
미심쩍음이 남는 인물이 돌아간 후 박박 청소하는 심정을 나는 왜 알고 있지? ㅎ


신의 장난/
'큐브'라는 영화를 보고 폐소공포증이 생겼다. 오마이갓. 결론은 봐야겠고, 빛의 속도로 읽었다.



다른 두 편의 소설도 재밌게 읽었다.
보통 소설집에서 한 두 편은 남겨두는데 그럴 틈이 없었네.

방송에서 하는 말들이니 필터링을 해서 들어야겠지만
그럼에도 반짝이는 말들이 많았다.
닮고 싶은 모습, 담아두고 싶은 그의 소신이 멋졌다.

그런 사람의 글이니 믿고 읽어보고 싶어져서, 신간부터 시작한다. 게다가 소설도 엄청 재밌어서 내심 다행이었다.


오랜만에 책 리뷰가 길었다.
길게 수다하고 싶은 재밌는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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