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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2022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육체의 질병은 마음의 병을 키운다.
반대의 경우도 그렇고.

내 몸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나니
책을 펴 놓고도 같은 문장을 여러번 돌고 돌았다. 도서관으로 가서, 800 책꽂이에 꽂힌 책 들 중 ㅁ으로 시작하는 작가의 이름 칸에서부터 하나씩 손 끝으로 읽어내려갔다.

그렇게 책꽂이 두 칸을 지나고는 세 권의 소설을 들고 왔다. 나를 정화해주길 바라며. 그 첫 책이 바로 이 책.
‘가족’이라는 단어는 우리 셋보다는 나와 그이의 원가족을 떠올리게 하기에 답답한 마음이 먼저 들지만, 결국엔 가족이라는 존재 자체는 마지막 희망일지도 모른다는, 단정짓기를 조심하게 만드는 여지가 있다.
아직도 갈팡질팡 오락가락 그런 마음이고.
그래서 가족이 주제이거나 하면 찾아 읽지는 않는 편인데.
이야기는 무겁지 않았고, 덕분에 나는 가벼워졌다.
문장을 건너지 못하던 맴맴이는 사라졌고, 오후 한 나절한 권을 다 읽었으며, 그러고나니 기분이 나아졌다.
사랑하는 여인에 대해 쓴 글들을 보면서 (모든 문장이 사랑 그자체이며, 한 여인을 실존했던 사랑 그 자체로 만든 책-그리움의 정원에서-도 그랬지만) 글로 영원히 남을 존재가 된 그들이 부러웠다.
부러웠는데,
반대의 독자인 경우, 그런 여인(그런 상대)을 만난 것이 부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나는 기록하는 쪽이겠지 하기도.
내 눈에는 부부인, 두 사람의 말과 말 사이를 채운 둘만 아는 공기들이 더 진하게 들려 이런 저런 생각을.
다들 이렇게 사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잠시 위로가 되었다.






나는 책에서 위로를 받는구나, 책으로 정화가 되는구나. 정말 그래.
새삼 한 번 더 그이에게 말해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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