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앙 보뱅의 두 번째 책.
서둘러 책장을 넘기고 싶은데, 스쳐 읽을 수 없는 문장들이 눈길을 잡아 속도를 낼 수가 없다.
마음은 급하고 손은 느리게 움직이던 시간.
너무나 구체적이고 세세한 기억인데, 그 어느 것도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추상적인 일상이 정원에 가득하다.
손에 잡히지 않는, 손끝 감각에 살아 숨쉬는 고스란히 걸려있는 현재이고마는 기억들.
글 속에 새겨진 그녀의 삶은, 사랑 그 자체가 된다.
분명 완전하지 않았을 그 사람은 기억 속에서, 그리움 안에서 온전하게 다시 태어난다.
글로 내가 남겨지는 상상을 해본다.
실은 나의 오랜 바람이고, 꿈이었다.
한 때는 그랬다.
내 시간의 끝이 더이상 달라지지 않게 되어도, 나의 이야기는 나이를 먹어가는 상상.
지슬렌은 어떨까.
떠난 이에겐 실은 아무 소용도 의미도 없겠지.
모든 일이 다 남은 이의 몫이다.
남은 이의 기쁨이며, 남은 이의 슬픔이고, 남은 이의 그리움과 남은이의 자발적 위로이다.
그럼에도 그 위로가 살게 하니, 그리워하고 슬퍼도 결국엔 기쁨을 길어올리는 것이겠지.
글이란 아름다운 것.
사랑이란 글로 표현할 수 없지만, 글이라면 담을 만 한 것.
사라지지 않고, 기억되는 것.
그리움마저도.
있다가도 없는 것까지.
없지만 있다고 믿는 모든 것까지.
'책이야기 > 2022'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0) | 2022.04.27 |
---|---|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0) | 2022.04.06 |
오늘부터 돈독하게 (0) | 2022.03.28 |
숲속의 자본주의자 (0) | 2022.03.24 |
방금 떠나온 세계 (0) | 2022.03.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