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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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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소년이 얼음 밑에 살아서 기다리던 한정원 작가의 두 번째 책이다. 문 앞에 도착한 상자를 들어올릴 때부터 마음은 달리는데 손길은 가능한 조심스러워졌다. 물기가 살짝 맺힌 표지를 마른 천으로 닦은 뒤 방학을 누리느라 침대 위를 뒹구는 아이 곁으로 갔다. 얼마나 기다렸는지, 작가의 첫 책 이 얼마나 멋진지를 한참 늘어놓은 뒤 책 장을 펼쳤는데. 예상(실은, 있는 그대로를 읽고 싶어서 예상도 안하려고 애썼지만) 밖의 첫 장에 울컥해버렸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사람의 시는, 시마저 남다르다. 마침 아이도 관심을 보여 나는 시극에 대한 소개도 하고 나의 작가를 자랑도 할겸 낭독을 시작했다. 앞에 몇 장만 들려주려 했는데 꼬박 한 시간을 마지막까지 같이 갔다. 숨을 고를 수 밖에 없는 때에, 마침 암전이 찾아왔고. 소년과 소녀의 여정은 많은..
시와산책 내가 겨울을 사랑하는 이유는 백 가지쯤 되는데, 1번부터 100번까지가 모두 ‘눈’이다. 눈에 대한 나의 마음이 그렇게 온전하고 순전하다. 눈이 왜 좋냐면 희어서, 깨긋해서, 고요해서, 녹아서, 사라져서. __ 첫 장의 첫 문단을 읽자마자 이 책에 반해버렸다. 다음 문장이 너무 궁금한데, 읽고나면 잃게될까 책을 덮어버렸다. 시를 잃고 산책을 하던 이의 아름다운 시간이 문장이 되어 내 앞에 툭툭 떨어진다. 나는 그저 주워든다. 마지막까지 너무 아름다웠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고 돌아가기를 반복한다. 잃음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지고 이전의 내가 아닌, 그래서 나인 ‘나’로 따라 걷는다. 온전하고 순전한 아름다움이 내 마음에 가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