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의문으로 (1) 썸네일형 리스트형 상아의 문으로 🔖 영겁의 꿈에 갇혀 이 가벼운 책 한 권을 일주일이 넘도록 내려놓을 수 없었다. 그간 읽어온 작가의 소설은 한달음에 끝으로 갈 수 있었는데, 이번엔 쉽지 않았다. 숨이 차는 긴 문장은 낯설고, 한 문장 안에서도 여러 번 표정이 바뀌니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책장을 넘겼을 뿐인데 아까 거기가 아니었다. 내가 빨려 들어간 통로가 ‘뿔로 만든 문’이 아니라 ‘상아의 문’이었기에 나의 곤란함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진여가 서 있던 눈 내리던 길, 나무가 늘어선 숲, 사방의 벽이 하얗던 그곳을 안다. 두려움이 흘러넘치지 않게 하느라 내가 나를 놓친 적도 있다. 치명적인 속삭임에 귀가 먹먹해지는 감각도 알고 있다. 그래서, 혼란한 중에도 계속해서 빨려들어 갔다. 의심과 물음이 꼬리를 ..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