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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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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잃기 안내서 그래도 좋지, 아무렴 그러하지 하는 말들은 언제고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필요하다. 일평생 안된다고 들어온 말이 실은 그래도 된다는 글로 내게 다가왔다. 길을 잃어도 좋음은 돌아올 곳에 대한 희망이 존재하니까. 잃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진실이니까. 가을 캠핑장에 쌓인 낙엽더미에서 숨겨진 지구의 언어를 찾아내는 상상. 공기 중에 떠돌던 기억이 글로 적히며 문장 안에 갇히더라도, 담담하게 나의 선택을 인정하는 상상. 하나의 사랑이었다가 둘 이상의 사랑이 되어 헤쳐되어도 떨어져나온 조각들에 후회가 비쳐도 그러모아 모두 차마 간직하는 상상. 진지한 낭만에 반했다. 리베카 솔닛을 읽으려면 엄청 비장해야 하는 줄 알고 미뤘는데, 아니었어. 역시 직접 겪어보아야 알 수 있는 것이 인생🤪 지금이라..
명랑한 은둔자 책 제목을 보고 아이가 말했다 어디 숨어 있는게 즐거운 사람인가봐요. 아이의 말이 여러번 떠올랐다. 그 말보다 멋진 한줄평이 떠오르지 않네. 여러모로 마음에 쏙 드는 책인데, 사랑스러운 표지는 보고 또 보아도 최고시다! 그림, 제목과 작가 번역가의 이름이 적인 모양새까지 내 눈엔 한 편의 작품. 물론 글도 그렇다. 아름다운 글은 필자의 솔직함에서 시작된다. 선을 넘나드는 유머와 잘 쓰는 기술을 통과해 단단한 구조로 믿음을 주고, 특유의 통찰을 가감없이 보여 결국 독자-나- 자신이 스스로의 세계를 반대로 비추게 만든다. 전체를 하나로 모으고 잘 어울리게 다듬어내는 타고난 감각은 필자가 자기글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구나 느껴질 때 완전을 향하는 듯하다. 아름다운 글의 여정. 한 편 한 편, 긴 호흡으로 몰입..
면역에 관하여 우리 각자의 몸을 지키기위해 모두가 ‘우리의 몸’을 깨닫는다면 지금보다 쉽고 안전하게 갈 수 있는데... 나의 단꿈이려나. 감염병의 시대, 동네에선 하루가 멀다하고 확진자가 나오는데, 공공 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들의 무지와 무례는 여전해, 사람이 지겹고 손 쓸도리가 없어 화가 난다. 내 몸을 지킴으로 나보다 약한 누군가를 구할 수 있다는 뜻밖의 유익. 그 어떤 희망보다 끈질기게 살아남기를. (저들을 꺾고) 이를 실현할 시스템이 필요해! 엄마는, 엄마의 자리는 여러모로 어렵다. 몸과 마음으로 쏟아지는 부담과 책임을 엄마가 되기 전에 알 수 없어서 하나 둘 엄마가 되는 걸까. 눈치가 빠른 몇몇은, 엄마가 아닌 사람으로도 세상에 남아주고 있는데 어떤 면에서 이 사회에 다행이다 싶어. 비장한 접근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