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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2016-2020

모모

이 글은 어느 카테고리에 넣어야 할까?
훗.


지난 2월 15일 할머니댁에서 자는 날, 밤에 읽을 책을 준비하지 못해 되는대로 사촌 누나의 책장에 꽂힌 모모를 꺼내, 한 챕터를 읽었다.

그렇게 우연히 읽기/ 듣기 시작한 이야기.
하루에 한 장씩.
너.....무 궁금한 날엔 두 장씩.
빼먹는 날도 있었고.
그리고 오늘 학교에서 오자마자 마지막 20장과 21장을 읽으면서 이 긴 이야기의 끝을 보았다.

그야말로 여정을 끝냈다. 훗.



언젠가 미하엘 엔데의 책을 읽어주려고 했지만
이렇게 일찍 시작하게 될 줄이야.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뜻밖에 너무 좋은 시간이 되었다.
감사한 일이다.


우리 가족 나름대로 변화의 시기를 맞는 요즘
시간에 관한 이 책을 읽은 것이 의미있다.

읽는 동안 만큼은
나의 시간을 ‘느낄 수’ 있었다.



__ 읽는 동안...

설명이나 추상적인 내용들이 나와도 지루해하지 않고 제법 집중하고 들었다. 흘리는 부분도 물론 있었지만 줄거리를 놓치지 않고 따라오는 것 만으로도 나는 신기하더라.
듣는 문학, 그림책을 읽을 때보다 더 즐기는 듯 했다. 잠이 쏟아지는 날에는, 누워서라도 일단 끝까지 듣고 끝나기가 무섭게 잠이 들곤 했다.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모모를 걱정하면서, 한 장이 끝나면 너무 아쉬워하고. 조금만 더 읽어 달라고 매번 조르는 데 내가 더 신이났다. 훗.


책이 두껍고 글이 많아 과자극이 되지 않을까 잠깐 걱정도 했다. 너무 이른듯 여겨져서. 하지만 아이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그런지 오히려 다른 책의 글들도 제법 읽게 된 듯 했다. 스쿨버스의 메인 줄거리 말고 구석구석의 메모나 아이들의 대사 같은 것도 펼쳐 놓고 앉아 천천히 읽어 보고 즐거워 하더라는. 여러권 쌓아 놓고 읽기도 하고. 이야기 주머니가 커진 걸까 ^^?


내가 너무 즐거웠다.
그림책을 읽어 줄 때랑은 사뭇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도 신기했고, 나는 나대로 이야기를 즐길만해서 그랬는가 싶다. 아빠가 읽어주겠다는 것도 마다했다. 내가 중간 이야기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ㅋ
아이는 동화구연하듯 읽는 걸 선호하지 않아서 역할극하느라 힘들이지 않아도 되었지만, 한 장에 30페이지나 되다보니 목이 잠기기는 하더라.
그래도,
그래도 너무 즐거웠다.

오래전 읽었던 이야기,
한 동안 잊고 있던 나의 미하엘 엔데를 다시 읽으며 뭉클한 감동이 일었다.
이야기의 힘이 순간 순간 너무도 느껴져서.
이 멋진 일. !



아이와
미하엘 엔데를 나눌 수 있어서,
그 사실이 가장 기쁘다.

미하엘 엔데의 이야기를
처음엔 꼭 눈으로 말고 귀로 읽게 하고 싶었는데
우연치 않게 시작되었으니.
다음은 짐크노프의 이야기를 읽어줘야지!


동화 공부의 흔적은 내 삶에 이렇게도 길게 +기쁘게 이어진다.
너무 감사하다.


______


이야기가 끝나갈 때 쯤 아이가 물었다.

-엄마는 회색 신사가 어떻게 생겼을 거 같아요?
-글쎄, 넌? 너의 회색 신사와 나의 회색 신사는 다를거야. 모두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회색 신사는 다를껄.
- 그럼 우리, 자기가 생각한 회색 신사를 그려봐요.




무시무시한 유령일 것 같은 아이의 회색신사. 남은 시간이 표시되는 가방. 입에서 떠나면 안되는 시가. 그리고 우리의 ‘작은’ 모모.

나의 그림보다
책 속 이야기가 더 많이 담긴 아이의 그림.
이렇게 멋지게 책 한 권을 읽어내다니!






















미하엘의엔데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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