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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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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숨 조해진 작가의 문장은 서늘한 온기를 품은 것 같다. 나란히 둘 수 없다 생각한 단어들이 작가의 손을 지나 뗄 수 없는 문장을 만든다. 냉정하지만 마지막까지 시선을 둔다. 그는 오래 오래 생각하는 사람이지 않을까. 의 숨길 수 없는 일을 숨기는 사람 의 ‘당신 처남이 아니라’던 대사 의 ‘꿈’과 에서 그가 ‘개’를 만난 장면 의 단어, 용서. 나는? 난? 하는 생각이 자꾸 잡아 끌었다. 나는 느려졌고, 그래서 쉬어가며 읽을 수밖에 없었다. 진실에 다가가도록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들을 존경한다.
단순한 진심 제목, 표지의 질감이 주던 책의 첫 인상과 소설의 결이 닮아있다. ‘이름’ 은 꾸준히 내 관심을 끄는 단어인 덕분에 좀 더 흥미롭게 읽었고, 우주라는 이름이 너무 마음에 든다. 소설의 시작이 그래서였을까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 다큐멘터리는 흘려 시청할 수 없어, 보고 앉았노라면 약간의 수고가 필요한데 이 소설이 그랬다. 지금껏 입양인의 삶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으므로 나는 아직 이 일에 대해 길게 이야기할 수가 없다. 다만,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끝까지 들어보는 정성을 다한다. 이 페이지가 인상적이었다 누군가의 손을 바라보는 우연은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고, 나만 아는 그 사람을 탄생시킨다. 너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