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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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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진하는 밤 소설을 읽을 땐 등장 인물 중 하나가 되지만 시를 따라갈 때면 나는 시인이 된다 감히 희망하지 않던 인물이 된다 그 착각의 순간이 벅차 줄래줄래 자꾸만 뒤를 쫓는다. 시인이 지어놓은 문장들을 징검다리 삼아 내가 뛰어넘는 건 이 편에서 저 편, 여기에서 저 위. 모른척 않고 안보다 더 깊은 속으로. 끊이지 않고 계속 시를 읽는 사람은 결국 시인이 되어버리려나. 아니지. 그건 너무 시인답지 않은 시인이 되는 법인 걸. 그치만 시를 읽은 후엔 내 모든 문장들이 사랑스럽다.
어금니 깨물기 시인이 꺼내놓은 비밀 덕분에 나는 그의 세계로 한 발 더 들어간다. 당신이 나에게 그런 사람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찾아 해 놓은 반가운 사람. 그는 그 세계로부터 홀가분해졌길.
그 좋았던 시간에 김소연 시인의 산문집. 한 해의 시작인 1월이지만, 아직 겨울의 한 가운데 있으니 위로와 마무리가 좀 더 오고가도 괜찮을 것 같다. 여행을 많이 하셨구나. 출장을 꽤 자주...훗. 나는 시인의 여행지가 바뀔 때마다 모로 누웠다. 떠나는 뒷모습을 찍은 사진 이야기는 최근에 들은 중, 가장 멋진 + 감동적인 선물이다. 시인의 글을 읽으며 나자신을 향하던 날 선 화살을 다정한 시선으로 바꾸려 의식해본다. 여행지에서나 갖는 한껏 여유있는 마음가짐으로 때때로 나는 어떤지 내게 묻는다. 그리고 하나씩 답을 내 놓기도 한다. 언제나 그렇지만 시인의 글과 나란히 있는 그 모든 시간이 좋았다. 좋은 시간이 나에게 잠깐 찾아왔던 것이다. (찡긋!) 내 손으로 써서 간직.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 9월에 선물받아 아끼고 아끼며 읽었다. 결국 마지막 장을 덮었네. 사랑하는 작가의 사랑에 관한 글. 이 가을 유일한 글이 되었다.
i에게 소리내어 읽어본다. 얇은 책이 빨리 끝나는 걸 미룰 수 있고 내 목소리를 듣는 낯선 시간에 익숙해지기도 한다. 애정하는 김소연 시인의 시집. 아껴두었다 새 해 첫 책으로 시작했는데, 산문집이 또 나왔다는 반가운 소식이! 작품이 좋아 작가가 궁금해져도, 일부러 찾아보지 않는다. 혹시라도 사랑하지 못하게 될까봐. 유희경 시인의 발문은 다행히 사랑을 키우는 쪽으로... 더 편하게, 내 마음 가는대로 시인 김소연의 글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소설가는 직업이지만 시인은 작위와 같다는 말이 내 안에 남아있다. 너무 멋지다. 슬픔을, 사람을, 세상을 노래한다. 남들이 보지 않는 것을 보고, 남들 다 보는 것은 오래 보기도 한다. 작은 것들에 이름을 주고, 큰 일에는 용감하다. 시인의 마음은 시를 통해 흘러나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