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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꽃향기가 거실에 가득하고,
첫 주말엔 바다도 보고, 먹고 싶던 음식도 먹고, 축하도 받고 선물도 받고 그러면서 생일을 보냈다.
사실은 넘치는 생일 주간.



그럼에도 생일이 다가오니,  당일만큼은  다를 것 없는 하루를 보내는 것이 내가 바라는 일이라는 게 점점 더 강하게…….  느껴졌다. 어제 자기 전에 잠깐 생각해보니 이십대의 어느 생일에  화려했던 생일 파티를 하고 그 때 이미 충분하다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고. 이후에 수술을 하고 정지된 시간을 보내게 되어 잘못된 인과로 기억에 묶여 남은 바람에 더이상 소리가 커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던 것도 같다.  물론 지금은 그때와는 다르게 생각하지만, 평범한 하루는  내가 나에게 해주는 선물처럼 느껴졌다.

할 거 다 하면서 정작 당일만?! ㅋ

좋아하는 원피스를 입고 나가 가을 하늘 사진도 찍고 저녁에 촛불할 얼그레이 케잌을 사고, 새로 나온 스벅의 신메뉴 커피도 사고, 지나는 길에 올리브영에서 클렌저도 사고.  며칠 전 예약잡다 질려버린 가을 맞이 네일은 셀프가 최고시다 결론에 데싱디바 주문도.
점심은 마침 그이표 오이김치도 있고해서 오래된 힐링 식단으로 맛있게 먹고. 책을 읽고.
하교한 아이 간식을 챙겨 먹이고 이야기 좀 나누다 방과후를 보낸 후, 백신 후유인지 갑자기 찾아온 증상 때문에 약을 챙겨먹고 한 시간정도 낮잠을 잤다.
저녁을 준비해두고, 수업을 열심히 하고.
아쉽지만 운동은 생략하고 차로 이동해 담주 연휴를 대비해 빵을 잔뜩 사왔다. 케잌 초를 불고, 노래도 하고 씻고 모여 앉아 유퀴즈를 봤다.
침대에서 뒹굴며 감사일기 쓰고, 책 좀 보고, 얼떨결에 컨셉진 정기구독을 신청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주로 나 혼자) 하다가 열두시를 넘겼는지 확인을 못한채 잠들었다.  

그러는 사이사이
오랜만의 안부를 담은 축하톡과 기프티콘 문고리 선물이, 너무 계속 반복되는ㅋ 축하 멘트가 이어졌다.
식사 준비는 했지만 그 외의 집안일은 퇴근한 그이가 도맡아 주었다.



김민경의 스토리만큼의 선물이 도착하지 않았지만ㅋ(보는 것도 숨이 찼다. 다시 한 번 나의 생일은 적에게 절대 알리지,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아라….)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말해주는 선명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내 사람들 덕분에 나는 나의 지난 시간, 이 날, 앞으로의 날들에 마음이 놓였다. 내 생일을 맞아 즐겁게 하루를 보내라는 말을 아낌없이 돌려보냈다.

평소와 다름 없는 하루가
전날보다 눈부신 하늘 아래 지나갔다.



그리고 잘 자고 일어난
생일 다음날 나는 생일 일기를 쓴다.

아직까지 생일주간이라는 주의 문자가 왔다.
오늘 점심도 힐링푸드를 골라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