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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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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 대하여 ​ 김지영을 읽으며 사람 ‘여자’를 보았다면 딸에 대하여를 읽으며 사람 ‘소수자’를 본다. 목 놓아 외치는 사람들의 입장을 읽는다. 주변에 서서 지지를 생각으로만 하는 부족한 나의 모습이 드러난다. 요양원에 계신 할머니를 기어이 집으로 모셔온 엄마의 마음을 짐작해본다. 딸에 대하여 이야기 하는 ‘엄마’의 이야기를 읽는다. 소설 속 ‘엄마’의 이야기는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것 같다. 터지면 멈추지 않는 눈물을 흘리는 것만이 가능한 일일까. 모두가 외친다. 내 말 좀 들어보라고.... 그래서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그렇게 소중한 가 보다. 다들 바쁘다. 자신이 가진 말조차 감당하기 버거워서. 사는 게 그런가보다. 마음이 무거워지는 소설이다.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책을 다 읽고 나면 저 제목을 소리내서 말하게 된다. 말하고 또 말하면서 내 목소리를 들으면서 그렇게 그 말을 쫓는다. 쫓아 들어간다. 8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을 이틀도 안 되어 끝냈다. 들고 있기 제법 무거워 제대로 앉아야만 했는데 편안한 자세같은 건 전혀 아쉽지 않았다. 아이는 내가 그 두꺼운 책을 다 읽었다는 걸 믿지 못했다. 정말 대단한 이야기는 그런거란다. 이야기 끝에 꼬리를 무는 생각이 아직도 이어진다. 본성이란. 악한 마음이란. 선택이란. 가족이 갖는 우선 순위내 위치란. 악한 마음을 담고 사는 삶이란. . . . 다만 올해 이 멋진 소설을 읽었다는 기록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