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7/08

(5)
베를린일기 ​ 일기는 (나에게) 편지만큼이나 특별하게 느껴지는 형태의 글이다. 투덜대는 건지 그냥 건조한 문장인지 초반에는 이걸 끝까지 읽게 되려나 싶었는데. 다행히(?) 결국(?) 구십일의 일기를 모두 읽었다. 여행 중반을 지나면서는 그의 남은 날 들(90- 어제까지)을 계산하며 내가 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역시 난 쉬운 독자임이 분명하다. 한 때는 이 더러운 세상(=한국)을 떠나 차라리 외국에서 이방인으로 사는 게 낫겠다고도 생각했다. 그 시절 내내 바라던 그 마음들이 오랜만에 다시 떠올랐다. 조금은 달랐지만. 태어난 곳이 아닌 곳에서의 삶은 어떨까 상상한다. 낯선 곳이어도 결국 사람사는 곳은 다 같다는 문장도 나란히 놓아본다. 다른 사람의 일기는 재밌다. 아주 비밀일기가 아니어도. '민숙'..
바깥은 여름 습하고 뜨거운 바람이 나무를 흔드는 오늘, 바깥은 여름 중에서도 힘들고 싫은 여름이었다. ​ 불편하고 아픈 삶의 일면을 애써 피하는 나에게 소설은 말한다. 그래도 어느 만큼은 알고 있어야 하지 않냐고. 그래서 그 덕에 이렇게 소설을 겪는 동안 (안전하게 앉아서) 비극적 삶에 대한 저항력을 조금씩 키우게 되는 걸까. 각 단편은 주인공도 배경도 다르지만, 무언가를 잃는 누군가의 이야기이다. 아이를 잃는다. 상상한 적이 없다. 상상 마저도 두렵다. 나는 이제 아이 손을 더 꼭 잡는다. 오직 두사람에서도 그렇고, 아이는 모든 부모의 심장이다. 심장을 잃고 사는 부모의 삶은 죽음이고 만다. 강아지를 잃었다. 어딘가에 꼭 내려 두어야 했던 내 마음을 내려 놓을 유일한 곳. 강아지의 선택이었지만, 결국 그리되리라는 ..
편의점 인간 ​ 문장을 있는 그대로 읽으면 편의점에서 태어나 편의점 인간으로 사는 사람의 이야기로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 그러다 가끔씩, 가만... 하고 생각하다보면 작가의 의도가 숨겨진 의미가, 그리고 내 주변에는 어떤 사람이? 하는 물음표가 불확실하게 떠오른다. 사회부적응자라고 분류되는 사람들이 있다. 가끔은 나도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표현으로 나 자신을 세상과 떼 놓기도 한다. 물론 소설 속 기준에 따르자면 나는 '보통'의 인간이겠지만. 자신의 기준, 혹은 세상의 기준 중 어느 쪽이라도 택하는 행위 자체가 결국 어떤 소용을 다할까. 소설의 주인공을 현실에서 지인으로 가족으로 겪었다면 차라리 그만하면 다행이다 생각하면서도 내내 아슬아슬했을것이다. 그 아슬함의 경계 위에서 몸의 소리를 따라 사는 선..
당신에게 말을 건다 ​ 서점과 닮아있다. 겸손한 개척자의 담담한 문장들이다. 서점의 시작은 이렇게 꼭 책으로 남겨 두어야한다.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 삶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우연한 놀라움은 실은 기적이다. 그럴 수 없을 것만 같은 일이 언젠가 자신에게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 것. 기적은 그런 믿음을 가진 사람에게 찾아온다. 이야기가 끝나가는 길에 마주친 두 문장이 그렇게 느껴졌다. 마음을 품고, 땀을 흘리는 동안 그 마음과 시간과 땀이 그들만의 색깔로 더해져 너무나 특별한 이야기가 되었다. 이제 동아서점은 내게도 특별한 곳이다.
7월에 읽은 책 ​ 지난 달 부터 이어 온 책도 있지만 오오. 나 이번 달에 다섯권이나 읽었어. 이게 얼마만인가. 잼난 책 한 권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한다. 더운 날 틈틈이 이야기 속으로 빠져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