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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2016-2020

스토너



한 사람의 일생을
하루만에 읽어냈다.
열 두시를 넘겼지만.


어느 지점까지는 그저 그런 사람이었다.
손에 땀을 쥐게 하지 않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넘겨볼 수 밖에 없었고, 속이 터졌고 다행이기도 했다. 꼭 한 번 그런 시간, 갖고 싶다. 흔적으로 소리를 잃었고. 그레이스는 아픈 손가락이었다. 1학년 수업에서 대차게 멋대로 해나간 장면 너무 시원했고. 그냥 책 속에 묻혀 눈을 감길 바랐는데 아파서, 아팠다.


일생을 담아내는 소설은 좀처럼 끝까지 읽어내지 못한다.
가늠끈이 중간 어디쯤 걸려있는 책들이 적지 않으니까.
스토너도 처음엔 그럴 듯 싶었는데.
하원한 아이를 챙기느라 중간 어딘가에서 멈춰두고, 그 아이를 재우고 나와 소파에 길게 앉아 마지막까지 보았다.

결국, 그랬다.


마침, 빨간책방에서 작년에 다루었기에 다운받아 듣는 중이다. 책을 둘러싼 수다는 늘 흥미진진하다. 역시 책보다 책 수다. 훗.


***
그녀의 집으로 가기위해 필요한 자료를 찾아 도서관을 헤매던 시간들. 그 설렘을 알기에 소중했다.
그리고 13.의 그 열흘이 너무 갖고 싶어.
시골도 외딴 곳도 내가 좋아하는 배경이 아니건만, 어딘가에 갇혔다기보다 넒은 세상을 독차지 한 느낌이었고. 같이 자고 일어나고, 입고 벗으며. 벽난로 앞에서 창문밖 쌓인 눈, 눈. 눈서린 찬 기운에 둘러쌓여.... 그 시간은 (두 사람 뿐 아니라) 내게도 잊을 수 없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욕망과 공부라니.
우와.


읽은 책도, 이 블로그도 일부러 화제삼아 이야기하지 않는데 내가 그 열흘을 갖게 된다면 그이와 함께여야하니 이거 말을 해 말아...... 가 책 읽은 후 젤 많이 떠오르는 생각이네.
역시 연애소설 (소설 속 연애) 인건가요...



그리고
지난 밤.
밤이 깊어가며 이야기도 깊어지기에
그 시간이 행복했던
나를 본 것도 참 좋았다.


결국, 멋진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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